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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둑대회의 변화] 고단자들 예우관행 벗고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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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실력과 권위의 혼합형=바둑은 승부를 가린다는 측면에서 스포츠와 유사하면서도 권위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예능계와 닮았다. 프로바둑대회도 '실력경쟁' 과 '단(段)의 권위' 라는 두 가지 요소가 혼합돼 있다. 대부분의 대회는 먼저 5단 이하의 기사들이 1차예선을 치른 다음 6단 이상의 기사들과 2차예선을 치러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본선에서 도전자를 가리며 도전자가 타이틀 보유자와 도전기를 치른다. 따라서 저단자는 우승하기가 그만큼 어렵고 고단자는 상대적으로 쉽다. 대국료도 다르게 받는다. 현재 일본의 대부분 프로기전이 이 형태이며 국내기전도 비슷하다.

▶통합예선의 등장=단위에 프리미엄을 주는 제도가 논란이 된 것은 9단을 이기는 저단자들이 속출하면서부터다. 1998년 삼성화재배 세계바둑대회 예선전이 초단부터 9단까지 모두 한꺼번에 대결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는데 기존 방식과 다른 이 예선전을 '통합예선' 이라 부르게 됐다. 이후 국가대항전인 농심배가 예선전에서 이 방식을 채택했고 올해 새로 출발한 KT배 마스터스프로기전이 국내기전으론 처음으로 통합예선을 채택했다. 그러나 아직 단별 대국료는 다르다.

▶초청식 세계바둑대회=88년 후지쓰배 이후 잉창치배.삼성화재배.LG배.춘란배 등이 생겨났다.

세계24강이나 32강이 대회에 참가하는데 주최측은 국가별 티오를 정한 다음 해당 국가가 선정한 기사를 초청해 항공.숙식 등 모든 편의를 돌봐준다. 프로기사의 경우 테니스나 골프 등 스포츠와 달리 국제적인 랭킹이 없어 선정기준도 제각각이다. 남미의 아마추어가 대륙대표라는 명분으로 종종 세계24강에 끼는데 그의 실제 실력은 물론 국내 아마추어만 못하다.

▶통합오픈예선전=삼성화재배가 유일하게 시도하고 있는 제도다. 국적 구분없이 예선전을 벌이고 아마추어에게도 기회를 주어 실력이 있으면 누구나 우승까지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초청이 아닌 '자비출전' 이 최초로 시도되고 있는데 사실은 이 점도 대단히 프로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다.

바둑계는 한번 프로가 되면 평생 대회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바둑대회가 더 많은 팬을 확보하고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의 골프대회나 테니스대회처럼 대회방식이 더욱 실력 우선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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