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 논단]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민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중국을 비롯해 부패한 독재집단이 통치하는 국가가 2008년 여름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반대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지금은 올림픽 유치를 가능케 한 사람들과 이번 유치결정이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람들, 즉 중국 인민에게 찬사를 보낼 때다.

또 다시 그들은 일어서고 있으며 폐쇄적이고 상스러운 과거의 굴레를 극복하고 있다. 그들이 세상에 눈뜸으로써 중국 지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격변을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게 됐다.

장쩌민(江澤民)중국 주석과 정치국의 고위간부들은 지난 1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투표 결과를 두고 자신들이 이뤄낸 것이라 주장하면서 성과를 더욱 빛나게 보이도록 이용하고 있다. 그게 전적으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올림픽 유치로 江주석은 내년 말 주석직 퇴임 이전에 대만문제에 열을 올려 자신의 업적을 돋보이게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그는 내년 가을 16차 당대회에서 측근들을 고위직에 승진시키려는 노력에 더욱 힘을 쏟게 됐다.

베이징(北京)이 올림픽 유치전에서 승리한 사건은 국제 정치계에서 江주석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이같은 정치적인 측면의 소극적인 효과는 어쩌면 일시적인 것이고 피상적인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유치결정과 동시에 올림픽 준비에 돌입함으로써 초래될 변화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중국사회에 초래할 혹독한 적응과정과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우리는 江주석의 대담무쌍함은 인정해야 한다. 포커용어로 말하자면 그는 포커판에 계속 남기 위해 판돈을 키우는 사람 같다. 올림픽준비에는 2백억달러(약 26조원)가 필요하고 WTO 규정에 맞추려면 고통스런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江주석 자신도 노인 정치인이 된 마당에 이같은 과업을 맡기에는 부적합해 보인다. 그건 하나의 가정이다. 올림픽 유치가 중국의 공산체제를 소멸시킬 거라고 예측하는 낙관주의적 시각은 오히려(올림픽 유치로)억압이 증가하고 현(일당독재)체제를 강화시킬 거라는 주장에 비해 근거가 떨어진다.

현재 중국 인민은 무척 고무돼 있다. TV나 인쇄매체에 나오는 그들을 보면 중국이 현대적인 국제기준, 즉 스포츠정신.호의적 태도.개방성 등을 충족시킬 기회를 갖게 된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여러분들이 TV속에서 본 중국인들은 아마도 95년 5월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데모를 벌이던 모습일 거다.

지난주말 올림픽 유치 발표 직후 전세계에 방영된 것처럼 자발적인 축제와 마오쩌둥(毛澤東)시대의 외국인을 혐오하고 자기파괴적이던 중국의 모습을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내 경험상 중국인들이 운집한 광경 중에서 중요한 사건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1980년 毛주석 사후 후계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당시 베이징과 상하이(上海)의 거리에 몰려나온 군중들로부터 개방의 확대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두번째 광경은 지금부터 12년 전 천안문(天安門)광장에서 중국 지도부에 제대로 된 정책을 펴라고 요구하던 민주화 시위였다.

그 사람들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그 이후 10여년 동안 미국의 두 대통령이 묵인한 야만적인 반혁명적 탄압을 받았다. 그들은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그런 경험으로 인해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8년 올림픽은 그들 인민의 것이 돼야 하며 올림픽 유치로 그들의 자유와 명예를 드높여야 한다.

짐 호글랜드 <칼럼니스트 기고>

정리=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