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목·석유 등 실물자산 투자 비중 더 늘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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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163억 달러짜리 ‘예일 기금’을 운용하는 데이비드 스웬슨 미국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가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자신의 투자운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미래에셋 제공]

‘기금 분야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스웬슨 미국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1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미래에셋 자산배분포럼에서 ‘예일모델’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예일모델은 국내와 해외주식, 실물자산 등 5∼6개의 개별 자산군에 투자하는 폭넓은 분산 투자 전략을 통해 수익을 추구한다. 채권 등 기대 수익률이 낮은 자산 투자는 피한다.

스웬슨의 ‘예일모델’이 버핏의 ‘가치투자’에 비견되는 것은 예일대 기금이 그동안 보여준 성과 때문이다. 그가 예일대 기금 운용을 맡던 1985년 10억 달러에 불과하던 기금 규모는 2008년 229억 달러까지 커졌다. 금융위기 여파로 163억 달러(2009년 9월 기준)로 줄었지만 미국 하버드대(260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대학 기금이다. 게다가 1997∼2008년 연평균 16.3%의 수익률을 거뒀다. 스웬슨은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년간 이어온 순수익 행진을 지난해 마감했지만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예일대 기금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29.3%)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석유와 목재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대개 실물 자산은 물가가 오를 때 좋은 성과를 낸다. 금융위기 이후 풀린 돈 때문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이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적기라는 얘기다. 그런 까닭에 스웨슨은 “향후 2년간 예일 기금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과 원목·석유가스와 같은 실물자산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모투자펀드(PEF)나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권 투자는 최소한으로만 보유하는 게 그의 전략이다. 스웬슨은 “주식 시장이 요동치면 투자자는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산다”며 “그러나 평상시엔 채권의 기대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채권은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 세계 증시가 투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우량 기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가운데 위험이 큰 종목에 자금이 몰리며 주가가 고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수익률에 급급해 무작정 시장을 따라가는 투자자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스웬슨은 ‘묻지마’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본 1997~2002년 정보통신(IT) 버블을 언급했다.

대신 그는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수익을 낼 것을 제안했다. 자산 배분의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면, 자산배분을 다시 조정해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가격이 올라간 것은 팔고, 떨어진 것은 사서 목표한 수익을 얻으면 다시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그는 “예일대 기금 포트폴리오에서도 한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시장의 외국인 매수세에 대해서는 미국 내 자금이 해외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했다.

해외 주식이나 펀드 투자와 관련 환헤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환율에 노출되는 것이 오히려 분산 효과를 가져와 위험을 줄여줄 수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환율 노출은 포트폴리오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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