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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과몰입 방지대책 영세업체 위축 배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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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12일 게임 과몰입 대책을 내놨다. 얼마 전 보호자가 게임에 몰두하다 갓난아기를 숨지게 한 사건처럼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나오는 일회성 방편이 아니길 바란다. 우리나라엔 ‘게임 망국론’이 나올 정도로 분명 과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게임산업 전체가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높다.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태동해 급속히 성장했다. 상위 5개 게임업체의 해외매출 비중이 지난해 35%까지 커졌다. 일부 회사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다. 2007년 이후 우리나라 콘텐트 산업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효자 종목이다. 엔씨소프트나 넥슨처럼 규모가 있는 업체는 그렇다 치고 중소 영세업체는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는 순간 고사할 수도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작은 업체들은 과몰입 방지 시스템을 구축할 여유도 없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했다. ‘피로도 시스템’을 확대하거나 청소년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는 일단 인기 게임을 출시한 대형 게임회사에 한해 적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정부 대책 중 눈길을 끄는 내용은 100억원에 이르는 게임문화기금 조성과 범사회적 게임중독 대응 협의회 구성이다. 자극적인 게임에 대한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에서 이를 막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빠지는 것 말고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양한 방편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의 게임산업이 ‘IT강국의 그늘’로 외국에 비치지 않도록 하는 길이기도 하다.

문병주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