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수 작 ‘류하(柳下)’, 97X179㎝, 1970년대 중반, 화선지에 수묵담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0일 오후, 서울 옥인동 고가 정원에서 박노수씨가 화실로 썼던 2층 방을 안내하는 화가의 부인 장신애(손가락 치켜든 이)씨와 탐방 프로그램 참가객들. [정재숙 선임기자]
2003년 1월 쓰러진 뒤 7년째 병석에 누워있는 작가를 대신해 부인 장신애(68)씨가 손님들을 맞았다. 화가가 1982년 마련한 서울 부암동 396번지 화실에서 시작해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옥인동 168의 2번지 집까지, 2시간여에 걸친 짧은 탐방은 어렴풋하게나마 한 작가의 그림세계를 그려볼 수 있게 해주었다.
“부암동 산꼭대기에 홀로 들어앉아 산 보고, 꽃 보고, 텃밭 가꾸고, 그러고 사셨어요. 그림 그리다가도 누가 부르는 듯 황급히 달려 나가 잡초 뽑고 돌 고르다가 또 급히 들어와 붓을 잡곤 하셨죠. 돌을 좋아해서 집채 만한 정원석을 들이고, 수석(壽石)을 늘 옆에 두었어요.”
부인 장씨 설명을 듣고 현장을 둘러보니 그림 속 소년과 고사가 늘 기대앉아있던 잘 생긴 바위들이 다시 보였다. “매화에 취해서 방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거나 “서울특별시 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된 옥인동 고가에서 난초 키우느라 문을 닫아걸고 살았다”는 얘기 속에 군청색 그림 바다가 새삼 느꺼워졌다. 장씨는 “2004년 잠깐 건강이 좋아졌을 때 마당에 심은 매화는 저렇게 화사하게 꽃을 피웠는데 선생님은 안 일어나시네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노수 회고전 ‘봄을 기다리는 소년’은 18일까지 이어진다. 02-2188-6000.
글, 사진=정재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