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산정책 재검토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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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인구구조가 빠른 변모를 겪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 유엔이 정한 노령화사회로 진입한 데 이어 출산율도 급속히 내리막길을 걸어 인구정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인구 추계의 대표적 지표인 출산율이 1983년 2.1명에서 96년 1.8명, 99년 1.42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당초 2028년으로 예상되던 정지인구 시점도 2020년으로 앞당겨진다는 예측이다. 그만큼 인구정책의 수술이 다급해졌다.

정부는 96년 이른바 신인구정책을 세워 출산억제형 정책을 거둬들였다. 그렇지만 60년대 이후 30여년간 지속돼오던 두 자녀 낳기 등 산아제한책의 청산을 의미했을 뿐 닥쳐올 저출산시대에 대한 실질적 대비책은 별로 없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노동력 감소 등 사회문제가 뒤따르게 마련이나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의 고도화로 노령인구의 새로운 활용 등 향후 노동시장의 구조도 바뀔 것이며,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동.서독 통합의 시너지 효과처럼 북한 노동력의 활용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저출산은 인구 고령화로 사회복지후생비를 늘리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려 성장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

더구나 출산율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사회가 이를 미처 감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정책은 그 효과가 장기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면 이미 때가 늦었다고 봐야 한다. 최근의 저출산은 여성인력의 사회활동 참여와 결혼기피 현상 등에 주로 연유하므로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최근 모성보호법 개정으로 출산 전후 휴가확대 등 불완전하나마 육아문제 등에 대비한 것은 다행이다. 동시에 해마다 20만건이 넘는 임신중절의 예방 등 적정수준의 출산율 유지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사회의 큰 틀의 변화를 의미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불가피하게 이와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보험제도와 교육제도 등의 손질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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