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 은하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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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호 11면

매화로 시작한 꽃놀이는 벚꽃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바람결이 더 이상 차갑지 않은 봄의 완성입니다. 그래서 벚꽃바람은 따뜻합니다. 봄의 절정, 벚꽃을 찾아 몰려드는 꽃놀이패들의 부산한 발걸음을 피해 늦은 오후에 길을 나섰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섬진강 벚꽃 길과 쌍계사 ‘십리벚꽃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유명합니다. 급한 마음 내려놓고 벚꽃 길을 걸었습니다. 다리품을 쉴 겸 나무 등걸에 기대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은하별이 따로 없습니다. 해가 진 하늘은 파랗고 조명을 받은 벚꽃은 눈부십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 손을 잡고 창경원에서 밤 벚꽃놀이도 하고, 동물원 구경도 한 기억이 스칩니다. 예나 지금이나 밤 벚꽃놀이는 역시 환상입니다.

그러나 40년 세월이 흘러 흰머리를 날리며 밤 벚꽃놀이를 할 줄을 창경원 밤 벚꽃놀이 할 때는 몰랐습니다. 세월이 환상(幻想)이고 환상(幻相)입니다.
찬란한 봄이 두렵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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