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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갈등' 일본도 찬반갈등 심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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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정부가 우익단체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대한 재수정을 거부키로 한 후 일본 내에서 이 교과서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1일 열린 자민당 등 일본 7개 정당 당수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 교과서에 반대해온 언론.시민단체들은 한국.중국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한편 불채택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우익단체나 보수 언론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한국.중국의 반발 논리조차 왜곡하고 있다.

많은 일본 언론들은 11일 중국을 방문한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 등 일본 연립3여당 간사장에 대해 중국이 밝힌 불만을 크게 보도했다. 한.일 교류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과열되고 있다" 고 보도했다.

도쿄(東京)도 스기나미(杉竝)구의 '우익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어머니 모임' 등 각 지역의 시민.학부모 단체들은 우익단체의 역사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개 중학교가 있는 도쿄도 고마에시의 교육위원회는 우익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채택과정에서는 교사들의 선택권이 거의 없어지고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가 사실상 결정하게 됨에 따라 시민.학부모 단체들은 교육위원회가 공정하게 채택하도록 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도쿄도의 경우 23개 구 가운데 미나토(港)구 등 5개 구 교육위원회가 최종 심의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아사히 신문은 "지금까지는 대부분 비공개로 결정됐지만 교과서 채택과정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불합리하게 우익교과서가 채택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 라며 "앞으로 채택과정을 공개하는 교육위가 늘어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익 언론인 산케이(産經)신문은 11일 서울발로 "한국 정부가 강경하게 나오는 최대 이유는 한국 국내 정치상황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가장 유력하다" 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권의 지지율은 20% 전후로 급락한 데다 남북 협력도 정체 상태에 빠지고 야당 등의 언론 세무조사에 대한 반발도 있어 정치 위기의 분위기도 보인다" 며 "한국에서는 과거에 대일 강경론을 취하면 정권 지지도가 높아진다는 판단 아래 이를 종종 내정에 이용해 왔다" 고 전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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