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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충 · 머릿니…'돌아온 기생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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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기생충 박멸만큼 국내에서 성공한 보건사업도 드물다.

기생충의 대명사였던 회충은 이제 도시지역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면 학계에 보고할 정도로 드문 질환이 됐다.

집집이 연례행사처럼 치르던 구충제 복용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변검사도 사라졌다. 기생충 박멸사업을 주도했던 기생충 박멸협회도 건강관리협회로 명칭을 변경했을 정도.

◇ 돌아온 기생충=그러나 잊혀진 기생충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감염자는 주로 위생의식이 약한 어린이들.

연세대의대 기생충학교실이 최근 전국 12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머릿니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4천2백여명 가운데 3백여명(7%)이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농촌지역에선 20%를 넘는 곳도 있었다.

요충도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에게 흔한 기생충 질환이다. 집단생활을 통한 접촉에 의해 감염되며 평균 15% 가량의 감염률을 보인다.

개 회충알도 문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최근 서울시내 아파트단지와 주택가 공원 등의 어린이 놀이터 3백2곳을 조사한 결과 7.3%인 22개 놀이터에서 두 종류의 개 회충알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개 회충은 개똥으로 오염된 흙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며 원래 개에게 기생하지만 사람에게 감염돼 드물지만 경련.시력장애 등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머릿니와 요충 등 어린이에게 흔한 기생충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머리와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감염된 경우라면 머릿니의 경우 치료용 샴푸로 씻거나 요충의 경우 구충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불과 옷.베개 등을 삶아 알까지 죽이는 것도 중요하다. 머리를 자주 긁고 머리카락에 하얀 서캐(머릿니 알)가 붙어 있거나 항문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어린이라면 머릿니와 요충을 의심해봐야 한다.

개 회충 예방을 위해선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고 애완견에게도 구충제를 먹여야 한다. 놀이터 모래나 흙바닥에서 놀고난 어린이들이 손가락을 빨거나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생선 기생충 조심해야=성인도 기생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대의대 기생충학교실 채종일 교수는 "사라졌다고 알고 있는 기생충은 회충과 편충.십이지장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일 뿐 생선을 매개로 한 기생충은 여전히 많다" 고 강조했다.

1997년 건강관리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장내 기생충 감염률이 평균 2.4%로 나왔을 정도. 박멸이라고 보기엔 결코 작지 않은 숫자다.

주로 생선을 날것으로 먹어 생긴다. 가장 흔한 기생충은 간에 기생하는 간흡충. 간염이나 황달.담석증 등을 일으킨다. 붕어.잉어.피라미 등 민물고기의 살에 많다.

숭어.농어.문절망둑 등 강 하구에서 주로 잡히는 생선엔 이형 흡충류가 많다. 이형 흡충류에 감염되면 복통.설사와 함께 열이 난다.

이밖에도 은어엔 소장에 기생하는 요코가와 흡충, 덜 익힌 민물 게장엔 폐에 기생하는 폐 흡충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프라지콴텔이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바다 생선도 마냥 안심할 순 없다. 회에 있을 수 있는 고래회충 때문. 붕장어.광어.오징어.방어.낙지.대구.명태 등에 있다.

회를 먹은지 3~5시간 지난 후 메스껍고 식은땀과 복통이 나타난다. 치료약은 없다. 병원에서 위 내시경을 통해 위벽을 뚫은 채 매달려있는 고래회충을 집게로 떼어내는 것이 유일한 수단. 원래 생선의 내장에 살지만 신선도가 떨어지면 근육 등 살로 이동하므로 시간이 지난 회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생명 위협도=기생충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식용 달팽이를 날로 먹고 정체불명의 기생충에 감염된 원양어선 선원이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98년 경남 거창에선 야생 오소리를 날로 잡아먹은 30대 남성 3명이 선모충이란 기생충에 감염돼 얼굴이 붓고 고열이 나며 심한 근육통이 나타나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야생 멧돼지를 날로 먹고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실명한 경우도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연세대의대 기생충학교실 용태순 교수는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은 한 두가지 기생충이 있다고 봐야 한다" 며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날것을 먹는 몬도가네식 생식은 위험천만하다" 고 경고했다.

문제의 야생 오소리에서도 근육 1g당 2백여마리의 선모충이 나왔다는 것. 기생충 예방을 위해선 음식을 끓여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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