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왼쪽)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질의하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한 얘기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이날 아침 생존 장병들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해 “어딘가 짜맞춘 것 같은 기자회견으로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실체적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의견을 묻자 그렇게 답변한 것이다. 김 장관은 “(생존자) 58명의 입을 맞춘다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며 “오늘 같은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이 입을 맞춘다고 맞출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국방장관의 양심을 걸고 맹세할 수 있겠느냐”고 하자 바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군과 생존자 가족들도 이날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생존한 한 부사관의 아버지는 “군에 대한 분명한 명예훼손이다. 야당이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생존자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봤는가”라고 물었다. 군 관계자도 이날 “모든 사안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려는 군의 명예를 정면으로 훼손한 발언”이라며 “정치인들은 국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침몰의 원인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난 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기뢰·어뢰 중에선) 어뢰 공격의 가능성이 더 실제적”이라고 말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치우치는 발언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받았기 때문인 듯했다.
김 장관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야무진 모습도 보였다.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잠수함 공격이라면 상어급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장관은 “이 정도에서 그만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 더 하면) 군사기밀 사항을 하나하나 말하게 되고,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적에 대한 사항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만큼 적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를 통해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게 중요하지 추리게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군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가영·송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