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의 선택] 4. 부시 2기 경제정책과 과제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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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4년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골자는 감세(減稅)였다. 그 효과를 톡톡히 본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 노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부시는 지난 4일 재선 확정 후 첫 각료회의를 마친 뒤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도 필요하다. 세금 간소화 등 세제 개혁도 해야 한다. 의회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자본 이득에 대한 소득세를 15%로 인하했는데, 더 낮출 공산이 크다고 AP통신의 칼럼니스트 레이철 벡은 전망했다. 부시 경제팀은 상속세 감면에 이어 아예 상속세를 없애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감세정책의 필연적 결과인 재정적자의 팽창은 부시 2기에 큰 짐이 될 게 분명하다. 지난 3일 CBS 마켓워치는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세금을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로 끝난 2004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4150억달러(전년비 9.5% 증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도 이번 대선 공약으로 2009년까지 재정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쟁과 감세에 매달리는 부시 정권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재정적자 축소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치는 "미국 경제가 급증하는 쌍둥이(재정.무역)적자와 고유가로 내년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59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거의 20%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중국산 양말이나 베트남산 새우까지 반덤핑 조사를 하는 것이다. 부시 경제팀은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는 한 통상 압력을 높일 여지가 많다.

미주 대륙을 장차 하나의 시장으로 묶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출범 여부도 관심거리다. 부시 행정부는 당초 내년 초에 FTAA를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브라질이 농업보조금을 끈질기게 문제삼는 데다 올 들어서는 대선에 신경 쓰느라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투자은행인 UBS는 부시 행정부가 지난 4년간 그랬던 것처럼 달러 약세를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거의 두배로 오른 유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배럴당 50달러 안팎의 유가는 지정학적 위험을 제외할 경우 30달러 정도가 적정가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석유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카스피해와 시베리아 유전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고, 알래스카 유전개발 프로젝트도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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