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태석 상사, 정비 사고 한 건도 없었던 ‘모범 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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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태석 상사가 부인 이수정씨, 세 딸과 함께 단란한 한때를 보내던 모습. 세 딸은 올해 8세, 7세, 5세다. [해군 제2함대 제공]

고(故) 김태석 상사는 ‘참해군’이었다. 해군 측은 “군복무 중 전대장, 함장 등의 표창을 다수 받았고 천안함 근무 시 단 한 건의 정비사고 없이 매사에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하는 모범적인 군인”이라고 밝혔다.

김 상사의 삼형제는 모두 해군 출신이다. 현재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 대표단에서 활동하는 큰형 김태원(45)씨는 1988년 해군에 입대해 91년 중위로 전역했다. 참수리호 부정장을 맡기도 했다. 둘째형 김태균씨도 사병으로 해군 복무를 했다. 김태원씨는 “나를 보고 동생들이 모두 해군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상사의 처남 이용기(36)씨도 1995년 해군에 입대해 2003년까지 한국형 구축함과 참수리호를 탔다.

이씨는 “매형은 성품이 너무 착하고 대원들을 잘 배려하는 멋진 군인이었다”면서 “쉬는 날이면 조카들과 늘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이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김 상사는 부인 이수정씨와의 사이에 8세, 7세, 5세인 세 딸이 있다. 이씨는 “해군 아파트에 사는 매형 가족이 서평택 근처에 있는 우리 집에 자주 와서 저녁도 먹고 술도 한잔했다”며 김 상사를 그리워했다.

형 김태원씨는 해군 경험을 인정받아 실종자 가족 대표로 지난달 27일부터 구조 현장에 직접 나가기도 했다. 또 지난 3일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인양작업을 개시할 것을 요청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73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난 김 상사는 성남 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3년 8월 해군 부사관 144기 내기(내연기관) 하사로 임관했다. 이어 전주함·강원함 등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천안함에서 근무했다. 침몰 당시 중사였던 김 상사는 지난 1일 상사로 승진했다. ‘실종자는 진급대상에서 보류된다’는 군 인사규정 때문에 진급할 수 없었지만 해군은 실종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진급을 승인했다.

지난달 16일 천안함에 오르기 전 김 상사는 군복에 붙어 있던 중사 계급장을 직접 떼어내며 무척 설레는 모습이었다고 부인 이씨가 전했다.


이씨는 시신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남편이 사망한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슬프고 힘들지만 찾은 것만으로 감사…”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7일 오전 생존자 기자회견을 보고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침몰 당시 우리 남편이 정확히 어디 있었는지를 알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상사의 형 태원씨는 그동안 “동생이 아직 살아있을 것 같다. 당장 뛰어들어가서 꺼내오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애틋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평택=박성우·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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