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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서평] 갈피마다 묵상의 향기, 예수의 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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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매일 25만 명의 독자에게 e-메일로 짧은 ‘묵상 편지’를 날리는 이가 있다. 이주연(서울 신공덕동 산마루교회 담임) 목사다. 그는 지난해까지 5년간 새벽마다 CBS라디오 방송에서 직접 쓴 ‘산마루 묵상’을 전했다. 그래서 팬도 많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시한부 삶을 살던 한 교사는 “내일 새벽에도 일어나 ‘산마루 묵상’을 듣고 싶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이 목사가 그동안 길어올렸던 ‘묵상 편지’를 책으로 묶었다. 『산마루 묵상』(생각을담는집)이다.

이 목사의 교회는 ‘산마루 교회’, 그의 편지는 ‘산마루 서신’, 그가 이끄는 영성 클래스는 ‘산마루 영성아카데미’다. 이유가 있다. 산마루는 다름 아닌 예수가 산상수훈 가르침을 폈던 곳을 뜻한다. 이 대목만 봐도 이 목사가 지향하는 영성의 나침반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목사는 책에서 이렇게 묻는다. “삶의 새로운 길, 높은 영성의 길로 접어들길 원하십니까?”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그렇다면 일단 멈추어 서십시오.” 그는 그렇게 독자의 삶을 향해 ‘스톱 워치’를 누른다. “욕망으로 과열된 가슴을 안고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된 채 내리막길을 달리던 인생의 자전거를 멈추어 세우고 거기서 내린다면”이라고 단서를 단 뒤 “하나님의 손길과 행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안내한다.

이유가 있다. 이 목사는 “예수님도 산에서 쉬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낮이면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밤이면 나아가 감람원이라 하는 곳에서 쉬시니’란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일상적 삶의 자리를 벗어난 쉼, 그걸 통해 일상을 되돌아보는 묵상 훈련을 강조한다.

그는 주말마다 서울 북한산 골짜기에 손수 지은 흙담집에서 산마루 영성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대학교수부터 정치인·학생·노숙자 등 참가자도 다양하다. 이 목사는 “예수를 보스로 여기고 그를 추종하는 삶이 아니라, 예수처럼 살기 위한 묵상과 깨달음의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산마루 묵상』의 책 표지에 최일도(다일공동체 대표) 목사는 “사랑과 행복, 이해와 용서의 물길을 잔잔히 끌어오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추천사를 달았다. 페이지마다 묵상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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