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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선거 갑부 후보들 줄줄이 쓴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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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막대한 선거자금을 쏟아부어도 당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이번 미국 연방 의회 선거 결과 나타났다.

억만장자 로스 페로도 두 차례 대선에 나왔지만 쓴잔을 마셨다. 이번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의회 선거에서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이른바 '부자 후보'는 모두 22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당선자는 1명에 불과했다고 AP 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들이 쓴 돈을 합치면 4000만달러(약 440억원)가 넘는다. 후보 22명 모두가 연방 의회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사람은 연방검사 출신의 마이클 매콜. 텍사스 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와 하원의원이 됐다. 제일 많은 돈을 쓰고 떨어진 후보는 일리노이주에서 상원에 도전한 블레어 헐(공화당). 증권 거래인을 하던 그는 2900만달러(약 320억원)를 퍼부었다. 그를 누르고 당선한 사람은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중을 사로잡는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바락 오바마였다.

이들 대부분은 선거에 들인 돈이 별로 아깝지 않다는 부자다운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오하이오주에서 출마, 5선 의원에게 패한 20대 재벌 상속녀 카프리 카파로(민주당)는 "출마를 하게 되면 이만큼 돈이 들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160만달러(약 18억원)를 썼다. 역시 민주당 후보로 나온 뉴욕의 사업가 잭 데이비스는 "미국의 자유무역 정책이 실업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을 널리 알렸기 때문에 내가 쓴 120만달러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발효된 새 선거법은 '부자 후보'와 싸우는 현역 후보에게 1인당 모금 한도액을 기존의 3배인 6000달러로 늘려주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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