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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유난히 눈 부셔 하는 아이 "혹시 약시 아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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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성장기 아이들의 근시는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진행된다. 아이에게 근시가 있다면 매년 한두번씩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받아 안경을 바꿔주는 게 좋다. 곽상인 서울대의대 소아안과 교수(左)가 어린이 환자의 눈을 검진하고 있다.

'마음의 창'이자 '또 하나의 생명'으로 불리는 눈. 예부터 눈의 중요성은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란 말로 대변된다. 대한안과학회(www.ophthalmology.org,이사장 서울대 안과 이진학 교수)가 정한 '눈 사랑 주간(7~13일, 11일은 눈의 날)'을 맞아 우리 가족 눈 건강 지키는 법을 알아본다.

◆ 조기검진이 첫 걸음=어릴 때 눈 건강이 평생의 눈 건강을 좌우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조기검진을 통해 이상을 일찍 발견하는 일. 서울대 의대 소아안과 곽상인 교수는 "영.유아기 땐 보호자가 아이의 눈 맞추기, 빛에 대한 반응, 눈동자의 모습, 물체를 볼 때의 자세 등을 관찰해 이상이 의심될 땐 속히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눈꺼풀이 안으로 말리면 눈썹이 각막을 찔러 눈물.눈곱이 많고 유난히 눈부셔 한다. 말려들어간 눈꺼풀을 원위치로 뒤집어 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세 돌쯤에 하는 게 좋다.

사시는 늦어도 7세 이전에 교정해야 약시로의 진행을 막고 물체에 대한 입체감도 제대로 갖게 된다. 7세가 넘으면 안구를 제 위치에 맞춰주는 수술을 해도 약시가 남는다. 사시는 초점이 안 맞아 주로 한쪽 눈만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하지 않는 눈이 약시가 된다.

곽 교수는 "눈이 건강해 보이는 어린이도 세 돌 땐 안과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며, 6세 이후부터는 매년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 중년엔 매년 검진해야=어른도 눈 건강을 소홀히 하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은 당뇨병성 망막증, 2위가 녹내장, 3위가 황반변성이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망막의 혈관이 증식하는 병. 철저한 혈당관리와 정기검진으로 새로 생기는 문제의 혈관을 치료해야 한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점차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 안압이 높을 수 있지만 정상 안압인 녹내장도 많다. 연세대 의대 안과 홍영재 교수는 "녹내장은 초기 증상 없이 진행해 시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된 뒤에야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일단 시야가 좁아진 뒤에는 손상된 시신경을 다시 회복시킬 방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40세 이후부터는 해마다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된 치료는 약물을 통한 안압조절. 정상 안압인 녹내장도 안압을 낮추면 시신경 손상이 멈추거나 그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황반변성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황반(망막 중심부)에 새로운 혈관들이 파고 들어와 황반 부위를 손상시키는 병이다. 노화와 더불어 증가하며 자외선.흡연.콜레스테롤 등이 악화 요인이다. 초기에 발견해 레이저 치료 등을 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안경을 끼면 눈 더 나빠진다 ?

"안경을 끼고부터 눈이 점점 나빠졌다"며 안과를 찾은 P군(9)의 어머니. 실제 이런 오해 때문에 '안경 착용 시기는 가급적 늦추는 게 좋다'고 주장을 펴는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시력은 환경 요인보다는 체질로 결정된다. 따라서 눈 건강을 위해선 일상생활이 불편하다 싶을 정도의 시력 이상이 있을 땐 발견 즉시 적절한 시력교정 렌즈를 착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안경 때문에 눈이 더 나빠진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일까. 이유는 시력 감퇴가 '진행성'질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근시는 안구의 크기가 정상보다 커서 물체의 상이 망막 앞에 맺히는 병이다. 그런데 안구는 성장과 더불어 신체의 다른 기관처럼 점점 더 커진다.

따라서 근시도 발견 이후 성장을 멈추는 20대까지 점점 진행한다. 이게 바로 근시란 질병의 속성이다. 성장과 더불어 근시가 진행돼 '안경 때문에 눈이 나빠진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 근시 환자는 6개월~1년마다 시력검사를 통해 그때마다 시력에 맞는 적절한 오목렌즈로 교체해야 한다. 근시뿐 아니라 원시.난시는 물론 노안도 마찬가지다.

원시는 근시와 반대로 안구의 앞뒤 길이가 짧아 상이 망막 뒤에 맺히는 병이다. 이 역시 성장과 더불어 진행하므로 6개월~1년마다 시력검사를 통해 적절한 볼록렌즈로 교정해야 한다.

난시는 각막이나 수정체에 굴절 이상이 생겨 상이 두 개 이상 맺히는 병인데 대개 근시나 원시 환자는 난시가 조금씩 동반된다. 따라서 근시나 원시 안경을 쓸 때마다 난시 정도를 함께 검진해서 필요한 만큼 교정해주면 된다.

40대 이후 발생하는 노안은 노화와 더불어 진행하는 병이다. 단 노안은 어린이 근시나 원시에 비해 천천히 진행하므로 안과 검진은 1~2년에 한 번만 받으면 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 이런 게 궁금해요

Q. 시력보호 수칙을 지키는데도 근시가 진행됩니다. 막을 방법이 없나요?

A. 키가 일단 크면 줄일 수 없듯이 늘어난 안구의 축을 되돌리거나 진행을 막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책을 가까이 본다거나 눈을 과로하면 진행이 더 빠르지요. 원시의 경우는 다릅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짧은 안구축이 커져 정상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Q. 안경 도수를 계속 올려주지 않으면 약시가 된다는데.

A. 약시는 눈에 맞는 도수의 안경을 써도 시력이 정상으로 나오지 않는 질환입니다. 8~9세가 되면 시기능이 완성되므로 약시 치료는 그 이전에 해야 합니다.

Q. 난시는 유전인가요?

A. 근시와 달리 난시나 원시는 유전 경향이 높습니다. 부모나 조부모가 심한 원시나 난시일 때는 조기에 소아 안과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1세 이전이라도 좋으며, 만 3세부터는 일반 시력측정이 가능하므로 소아안과 검진을 받도록 합시다.

Q. 흔들리는 차안에서 책을 보면 시력이 나빠지나요?

A. 근거가 없습니다.

Q. 녹황색 채소나 결명자차가 시력보호에 좋은가요?

A. 비타민이 부족해 야맹증이 생긴 사람에게 이를 보충해주면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눈을 좋게 만드는 특별한 식품이나 차는 없습니다.

한승한<영동세브란스 소아안과 교수>

◆ 시력에 대한 상식

-시력은 출생~6세쯤까지 계속 발달한다. (신생아기엔 물체만 어렴풋이 알아 봄, 0.1 정도)

-세 돌 이전에 시력.사시.눈꺼풀 이상 등을 확인하기 위한 안과 검진을 받는다

-근시.원시 등 시력 장애는 체질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성장기 땐 진행된다

-눈에 좋은 영양제를 먹는다고 근시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밝은 조명 등 눈 피로를 덜어주는 방법으로 시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시력교정은 안경.콘택트렌즈.근시교정 수술(라식 등)로만 가능하다

*** 이럴 땐 안과 데리고 가세요

-3개월이 됐는데도 눈을 맞추지 못한다

(선천성 백내장, 시신경 형성부전증 등 선천성 질환 의심)

-한쪽 눈을 가리면 심하게 짜증을 낸다

-밝은 빛을 보면 유난히 눈부셔하거나 이유없이 눈물을 흘린다

-눈의 정렬이 바르지 못해 초점이 일치하지 않는다(사시가 의심됨)

-눈꺼풀이 처지거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 같다

-부모가 사시나 약시가 있다

-미숙아나 저체중아로 태어났다

-고개를 돌려 TV를 본다

-눈을 찌푸리고 TV나 물체를 본다

-TV나 책을 지나치게 가까이서 본다

자료:서울대병원 소아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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