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청동대불 갈등'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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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인사의 세계최대 청동대불 건립계획을 둘러싼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파문의 중심인 해인사는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불건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인사 선승(禪僧)들이 대불건립에 반대하는 글을 발표했던 수경(收耕)스님의 거처(전북 남원 실상사)로 몰려가 기물을 파손한 것과 관련, 실상사측이 요구한 사과.징계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해인사의 대불건립을 비판하는 입장들도 만만찮다. 먼저 해인사 선승들의 소동으로 피해를 본 실상사는 "수경스님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 는 해인사측의 주장을 일축하며 해인사 방장(총림의 최고지도자)스님의 유감표명과 관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신도회 등 불교관련 재가단체들도 대불건립을 반대하고 해인사 스님들의 폭력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공개토론회를 통한 여론형성에 나섰다.

◇ 해인사-실상사 사과 논쟁

해인사 스님들이 지난 18일 하안거(夏安居.여름 한철 산중에서 두문불출하며 수행하는 것)기간중 선원(禪院)을 나와 소동을 벌인 사건이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대불건립을 둘러싼 논쟁이 폭력시비와 수도승의 자세에 대한 문제 등으로 확산됐다.

실상사 주지 도법(道法)스님 등이 문제 삼는 핵심적인 대목도 "하안거 기간중 실상사 스님들의 수행을 방해했다" 는 점이다. 해인사측은 "선방 스님들끼리의 대중공사(공개토론) 결과 수경스님이 해인사를 모욕했다는 데 뜻을 같이해 함께 행동한 것이며, 이는 선방의 전통에 어긋나지 않는다" 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 차이에 따라 해결방안에 대한 견해차도 현격하다. 해인사측은 "문제를 일으킨 수경스님이 먼저 해인사를 찾아와 방장스님에게 참회하면 해인사 스님들도 실상사를 사과방문하겠다" 는 주장이다.

반면 실상사는 "수경스님이 대불건립에 반대하는 글을 교계 신문에 기고한 것은 개인의 문제이고, 해인사 스님들이 실상사에서 소동을 피우며 참선을 방해한 것은 해인사와 실상사간의 문제" 라는 입장. 따라서 수경스님과 무관하게 해인사를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인 방장스님이 유감을 표명하고 소동을 주도한 스님을 징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재가단체와 공개토론회

14개 재가단체(일반 신도들의 모임)가 21일 연대해 공동입장을 발표하는 등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도 해인사 스님들의 소동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른 것이다. 재가단체들은 불교계의 고질적 병폐인 폭력사태의 재발을 먼저 우려하고 나섰다. 재가단체들은 먼저 스님들의 올바른 수행자세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문제의 발단이 된 대불건립에 대해서는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신도회는 불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위해 7월 11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 문화교육관에서 '불사(佛事)문화의 점검과 바람직한 방향 모색' 이란 주제의 공개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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