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생존 병사 만나게 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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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혹시 억울한 죽음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며 “구조 작업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라”고 군에 요청했다. 협의회는 “선체 훼손을 막아 달라는 요청도 이런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특히 “천안함 생존 장병 전원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가족들은 사고 직후부터 이같이 요구했지만 함장과 일부 생존자가 가족을 찾아와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을 뿐이다. 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우리의 아들과 남편이 충분한 도움을 받았는지, 구조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사고 직후 첨단 장비 투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교전 등 해양사건에 대비한 해군의 구조 시스템 역시 부실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 생존 승조원 58명의 증언을 조만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현재 생존자들은 자신들만 살아 돌아왔다는 자책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고, 일부는 안정제를 투여하는 상태”라며 “생존자들의 상태가 안정되는 대로 실종자 가족들과의 만남은 물론 그들의 증언도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생존자 58명 중 55명은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나머지 3명은 침몰 해역에서 선체 인양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상당수 생존자, 침몰 당시 상황 기억 못 해=천안함에서 생존한 승조원 상당수가 침몰 당시 정신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일 상병의 아버지는 “아들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기택 하사의 아버지 역시 “아들이 사건 당시 충격 때문에 바닥에 넘어져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며 “사건이 일어난 시각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무엇 때문에 배가 침몰했는지 당시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택=정선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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