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증현-김중수, 더 자주 만나 공조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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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상견례를 하고 작금의 경제상황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우리는 새 한은총재가 취임한 직후에 곧바로 이 같은 자리가 마련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그간 정부와 한은 사이에 불거졌던 갈등과 불협화음(不協和音)을 접고, 협력과 공조의 새로운 관계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금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딛고 재도약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안정 성장의 궤도에 안착하기까지는 가로놓인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첫 번째 난제가 튼튼한 거시경제의 초석을 놓는 일이다. 거시경제의 틀이 무너져서는 성장과 고용의 회복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이나 고령화대책 같은 미시정책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거시경제를 떠받치는 두 바퀴가 재정과 금융이요, 그 담당자가 재정부와 한은이다. 이 두 바퀴가 조화롭게 굴러가지 않고 삐걱댄다면 한국경제라는 수레 역시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두 기관의 협력과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협력과 공조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앞으로 재정부와 한은의 수장과 실무진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더욱 자주 가져야 한다. 그 자리에서 거시경제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견을 말끔하게 해소해야 한다. 그래서 거시정책에 관한 한 정부와 한은이 서로 불협화음을 내거나 딴소리를 하는 불상사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협력과 공조의 또 다른 전제는 신뢰다. 상대방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신뢰는 불가능하다. 우선 재정부는 한은의 고유권한인 통화신용정책에 관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기 바란다. 정부 관계자가 공공연히 금리에 관해 발언하는 것 자체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치고 불신을 키우는 일이다. 한은도 기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승적(大乘的)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에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출구전략에 관한 논의는 두 기관의 협력과 공조의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