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간의 사회생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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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물학은 인간의 도덕적·사회적 행위를 생물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책도 바로 생물학의 관점에서 윤리적 행위와 경제 행위, 사회 정의 등을 살핀다.

저자는 선과 악을 사회가 느끼는 이익과 손실이라고 주장한다. 봉사·희생·협동은 사회이익을 극대화하는 행동이며 윤리는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이중 잣대를 갖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봉사·희생·협동이 개인에게 손실로 작용하는 까닭에 항상 선한 행위만 하며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윤리가 가능한 것은 모성애, 이기적 행위에 대한 혐오감, 타인에 대한 사랑, 명령에 대한 복종심 등이 천성적으로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생존적·생식적·생태적·사회적 본능으로 분류할 수 있는 22가지 인간 본성이 있으며 거기서 욕망과 행동 의지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의지는 무의미하단 말인가. 저자는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자극에 대해 어떤 본성의 메뉴를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어떻게 보면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범주가 있고 그에 따라 사물을 인식한다는 칸트의 선험철학과도 유사하다.

저자는 자신의 시도를 ‘인문사회과학과 생물학의 조우’라고 설명한다. 철학·윤리학은 물론 심리학·사회학·정치학에 이르는 수많은 연구성과와 방법론을 동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위해 독자들은 상당한 지식을 갖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때 학계에서는 우생학에 기초한 파시즘적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론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사회생물학이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성향도 유전자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생물학으로 인간의 사회적·정치적 행위까지 설명하려는 상황이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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