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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세무조사 공방] 이총재 "재집권용 정치각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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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사가 불공정하고 의혹이 짙다. 언론을 견제하고 탄압하려는 의도에서 한다면 법의 이름을 빌려 포장해도 정의가 될 수 없다. "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국세청.공정거래위의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둘러싼 공방의 전면에 나섰다. 李총재는 그간 당직자들의 입을 빌려 "언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 이란 수준의 입장 표명만 해왔다.

그러다 그는 23일 비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이 대부분인 '파워비전 21' 과의 간담회에서 "(여권이)재집권에 집착, 비민주적인 정치 각본에 따라 우울한 정치상황을 만들어간다" 며 그 예로 이번 세무조사를 꼽았다.

그는 "특정 언론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비리는 법의 추궁을 받아야 한다" 고 전제한 뒤 "그러나 언론의 예기(銳氣)를 꺾고 언론의 멱살을 잡아 비판을 못하게 하는 시도는 묵과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또 국세청 추징액(5천56억원)과 공정위 과징금(2백42억원)을 거론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언론 개혁을 하겠다" 고 한 뒤 조사가 시작됐고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부풀리기로 인해 몇개 언론사는 파산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특정 언론사를 집중 조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24일 한나라당은 李총재의 이런 본격적인 대응에 따라 보다 강하게 나갔다. 대변인실은 현 정권의 '조세 정의 구현' '공정거래 확립' 이라는 명분을 "거짓말" 로 규정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국세청 추징금.공정위 과징금.신문고시 등 3대 연합함대의 초토화 공격에 살아남을 언론사는 별로 없게 됐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영삼(金泳三)정권의 세무조사 시절 야당 총재였던 金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아 '자기가 하면 언론 개혁, 남이 하면 언론 탄압' 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냈다.

"세무조사를 한 뒤 몇백억원의 추징 자료를 확보, 언론사들의 목을 죄고 있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때로는 압력을 넣고 때로는 간청하니 언론이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나. 과거보다 기술적이다. 언론 탄압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 (야당 총재 때 DJ, 1995년 9월)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과 집권했을 때가 다른 현 정권의 이중적인 언론관을 알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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