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부시 재선 어떻게 대응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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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5일 "미국 대선 이후 북한이 변화의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회의 업무보고에서다. 정 장관은 그 근거로 기업인의 평양 방문을 11월 이후 북한이 허용하려 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또 북한 민족화해협의회가 남측에 내년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 실무접촉을 제안한 사실도 소개했다.

함께 참석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때 미국이 대선 이후 즉시 4차 6자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견 표명이 있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승주 주미대사도 MBC 라디오에 나와 "연내 6자회담 개최 가능성은 최소한 50대50"이라고 했다.

이처럼 대선 이후 북한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지를 놓고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 관영 매체는 대선 결과조차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평양 측의 고민이 깊고 입장 정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남북 당국 대화나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기대 섞인 바람 잡기 식 태도를 보이지 말고 내실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북한은 당국 대화를 중단시킨 상황에서도 금강산에서 남측 민간단체와 수시로 접촉해 왔다"며 "이를 북한의 변화 징후로 보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대선 사흘 만에 정부가 뚜렷한 근거 없이 북한의 변화를 점치고 나선 것도 성급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 대선을 전후해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뻣뻣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북한 직업총동맹 관계자는 지난 1일 민주노총과의 금강산 접촉에서 "정동영 장관은 북한 땅을 한번도 못 밟는 통일부 장관이 될 수 있다"며 평양의 대남 강경 분위기를 전했다.

또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5일자 평양발 보도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가 없으면 현재의 교착상태는 타개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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