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희생 원치 않아 …” 실종자 가족들 ‘눈물의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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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묵고 있는 임시숙소에는 하루 종일 침묵이 흘렀다. 전날 수색작업 중단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생긴 변화다. 삼삼오오 모여 뉴스를 보던 풍경도 사라졌다.

“혹시 모를 기대를 버리는 건 아닙니다. 다만 또 다른 희생이 생기는 걸 원치 않습니다.”

수색작업을 포기하며 가족들이 밝힌 이유다. “선체 인양작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달한 이정국 천안함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기자회견 후 실신했다. 이 같은 결정에 앞서 가족 200여 명은 이날 오후 7시, 임시숙소 맞은편 강당에서 회의를 열었다. 지난 1일 수색작업 참관을 위해 헬기를 타고 백령도에 갔던 참관팀 3명이 단상에 올랐다. “지금의 수색 방법을 포기해야 합니다.” 정조 때에 맞춰 하루 3~4차례씩 2인1조로 입수하는 방법으론 실종자 전원을 찾는 데 7개월~1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선체 내부가 피폭의 충격과 바닷물 유입으로 수색하기에 위험한 상태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참관팀은 “선체를 인양하자”고 설득했다. 강당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내 아들이 죽게 놔두자는 것이냐”며 반대가 이어졌다. 회의는 2시간 넘게 계속됐다.

대표단은 결국 투표를 제안했다. 실종자 김종헌 중사의 가족으로 대표단 실무진인 최수동씨는 “투표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항상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왔지만 이번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최씨는 “워낙 중대한 결정이라 반대의견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1% 정도 되는 가족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될 때 회의장은 울음바다였다. 가족들은 또 실종자 46명 전원이 귀환할 때까지 장례절차를 미루기로 했다.

평택=정선언·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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