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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보듬는 봉사의 길로 … 전북대생 올 5000명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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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 잘 듣고 받아 적어 보세요. ①번은 over the sea, ②번은 in peace and harmony입니다.” “선생님 ②번 문제 다시 한번 불러 주세요.”

2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의 ‘아이들 천국 지역아동센터’. 중학교 1학년생들이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 영어단어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쉽다”며 빙긋 웃음을 짓는가 하면, “잘 모르겠다”며 살짝 고개를 젓기도 했다.

전북대생 이태훈씨가 ‘아이들 천국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전북대 이태훈(무역학과·4학년)씨. 그는 매주 2~3회 이곳을 찾아와 영어·수학을 가르친다. 이씨는 “학습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벌써 1년째”라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오히려 내가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같은 학교의 서지희(경제학과·3학년)씨가 중학교 3학년생들과 함께 중간고사 대비용 과학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공부를 하던 여중생(3학년)은"수학·과학의 어렵고 까다로운 심화문제를 대학생 오빠·언니들과 함께 풀다 보니 전교 10등까지 성적이 올랐다”며 "나도 대학생이 되면 이 같은 봉사활동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는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저소득계층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주는 정부지원의 사회복지시설이다. 대부분 엄마나 아빠 한쪽만 있거나, 부모 없이 할아버지·할머니와 살아 학원을 다닐 형편이 못 되는 아이들이 나온다.

아이들 천국 아동센터의 경우 주변 금암동·진북동에 사는 초등·중학생 40여 명이 낮 12시부터 나와 오후 8~9시까지 공부나 숙제를 한다. 이곳에는 전북대생들이 하루 평균 6~8명씩 찾아온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3~4명씩 그룹을 지어 1~2시간씩 영어·수학·사회·과학 등을 가르친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1대1로 개인 지도도 한다.

이태훈씨나 서지희씨처럼 자원봉사자로 나오는 전북대생은 한해 5000여명이나 된다. 이들은 지역아동센터·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다양한 도우미 활동을 펼치면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전북대는 “학생들에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심어주자”며 2008년부터 자원봉사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했다. 졸업하려면 1학점(한 학기 30시간 봉사활동) 이상을 받아야만 한다. 학생들은 첫해에 5052명, 2009년에 4693명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올해는 500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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