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음료 마실 때도 칼로리 따져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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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음식이지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묻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분명히 열량·영양소가 있는 음식이지만 우리가 음식이란 사실을 자주 망각하고 마시는 것이 바로 음료다.

아이들이 단 음식을 먹으면 바로 저지하는 부모도 음료에 대해선 한없이 너그럽다. 심지어 자녀가 잘하는 일이 있으면 상으로 음료를 제공한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설탕 7숟갈을 앉은 자리에서 먹는 일은 절대 없다. 하지만 그만한 양의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엔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음식은 고형식, 음료는 물이라는 인식이 너무 뿌리 깊어서일 것이다.

우리 가족이 무심코 먹는 음료엔 생각 외로 열량이 많다. 과일 맛이 나는 한 우유 제품은 한 개당 열량이 거의 200㎉다. 산책이나 집 안 청소를 한 시간 해야 소모할 수 있는 열량이다.

탄산음료·과채음료·과채주스도 열량이 대부분 1회 섭취량당 100㎉ 이상이다. 유산균발효유·유산균음료도 마찬가지다.

각종 음료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관심은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통기한·영양표시 등 식품에 라벨이 적힌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는 많지만 수많은 음료에 대해선 포장지에 명시된 기본 정보조차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

식품공전엔 과즙이 1095% 미만 들어가면 과채음료, 95% 이상이면 과채주스라고 분류해 놓았다. 또 유산균 수가 1mL당 1억 마리 이상이면 농후발효유(유산균발효유), 1000만 마리 이상이면 유산균음료다.

유산균음료는 유산균발효유를 희석시킨 뒤 여기에 과즙·과육·향 등을 첨가한 일종의 청량음료다. 과채음료는 과일이나 채소가 일정 비율 들어 있지만 고과당옥수수시럽(HFCS) 등이 함유된 고열량 식품이다. 스포츠음료는 물에 설탕·소금 등을 첨가한 것일 뿐이다.

음료 중 가장 건강에 이롭다는 과채주스나 우유도 무한정 마시는 것은 곤란하다.

직접 과일·채소를 먹는 것보다 과채주스가 영양상 더 나을 리 없다. “시판 중인 과채주스는 과즙을 사용해 만든 것이므로 원료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춘천성심병원 문유선 교수의 지적은 백번 옳다. 가정에서도 상태가 괜찮은 과일·채소는 직접 먹지 믹서에 집어넣지 않는다.

게다가 HFCS·구연산·착향료·소금 등 첨가물이 들어간다. 변비를 막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는 소중한 성분인 식이섬유는 주스 제조 과정에서 거의 사라진다. 일부 시판 주스에서 ‘식이섬유 첨가’라는 표시를 볼 수 있는데 이는 과채주스에 식이섬유가 없거나 극히 적다는 방증이다. 미국 소아과학회가 1~6세 아이는 하루에 주스를 120~180mL, 7~18세 어린이·청소년은 240~360mL 이하를 섭취하라고 권장한 것은 이래서다.

음료의 홍수 시대에 살면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음료도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매일 섭취하는 전체 열량(성인 남성 권장량 2600㎉, 여성 2100㎉)의 10% 이상을 각종 음료로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요즘 음료 용기가 계속 커져 한 번 벌컥벌컥 들이키면 금세 권장량을 초과할 수 있다. 갈증과 배고픔은 뇌에서 각기 다른 메커니즘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음료의 유혹은 뿌리치기 쉽지 않다. 값싼 물보다 나은 음료는 세상에 없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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