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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레스토랑업계 '대가' 구본건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마이하우스 ·후레시아 ·훼미리뷔페 ·사랑방.

대구에서는 '괜찮은 곳'으로 평가받는 식당들이다.

이들 소문난 집을 거느린 구본건(49 ·具本建)사장은 레스토랑업계에서 '대가(大家)'로 통한다.그러나 그는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끄럽다"며 레스토랑 왕국의 꿈을 쫓아 여전히 늦은 밤까지 뛰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곳이 새로 문을 열고 또 그만큼 폐업한다는 식당업계.누구나 쉽게 뛰어 들지만 성공확률은 5% 정도라고 한다.

이런 여건에서 具사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식당을 창조하고 고객을 감동시켜 오늘을 일궜다.

홀어머니 밑에서 외아들로 자란 그는 집안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음식업과의 인연은 70년대초 동성로를 중심으로 붐이 일던 음악레스토랑에서 DJ 일을 보면서부터.

어깨 너머로 식당 일을 배우면서 '나도 언젠가는'하며 꿈을 키웠다.20대 초반의 당시를 그는 지금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얘기했다.

"짧은 사회생활이지만 신뢰가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具사장은 DJ 일을 하면서도 동성로 일대의 다방·레스토랑 등에 담배를 납품하는 자기사업을 겸하는 등 시간을 쪼개며 노력했다.

그 무렵 과거 일했던 레스토랑 사장이 찾아왔다.장사가 안돼 문을 닫을 지경인 한일회관(대구시 대봉동)의 경영을 부탁했다.자신의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마련된 것이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VIP카드를 만들고 친절교육을 도입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으로 6개월만에 매출을 6배로 늘렸다.경영성과 외에도 한일회관의 저축운동·시내거리청소 등은 화제가 됐다.

1983년 그는 동성로에 '골목집'이라는 첫 자기 음식점을 냈다.

금속공예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마솥밥 정식이라는 메뉴를 개발해 첫날부터 손님이 밀려들었다.통행금지 폐지때는 술꾼들을 위한 콩나물 갱시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이때부터 '골목집'은 24시간 북적대는 식당이 됐다.

저도 모르게 자만심이 찾아왔다.3년만에 '골목집'을 닫고 대구백화점 별관에 2백여평짜리 가게를 얻어 '훼미리가든'이라는 카페테리아 뷔페를 차렸다.

그러나 밑반찬까지 따로 계산하는 이 식당은 너무 앞서 간 것이었다.

6개월만에 1억5천만원의 빚을 지고 그는 인천의 한 뷔페점을 찾아가 청소 ·주방일부터 다시 배웠다.이를 바탕으로 87년 그는 대구의 첫 대중뷔페인 '훼미리뷔페'를 시작해 성공을 거둔다.

미국의 외식업계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93년 그는 앞산 밑에 '마이하우스'란 대구 최초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열었다.마이하우스는 앞산이라는 입지를 활용,아침 뷔페를 열어 삽시간에 명성을 높였다.

그는 식당업을 고객과의 한판 승부로 여긴다."맛이든 서비스든 남을 뒤따라가선 큰 승산이 없다"며 미래 예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제 그는 마이하우스 ·후레시아 등을 더 탄탄히 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키워갈 꿈을 다져가고 있다.

비싼 로열티를 거둬가는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에 맞서기 위해서다.

정기환 기자

*** 구본건씨는...

▶1952년 대구 달성군 하빈면 출생

▶ 74년 대입검정고시 합격

▶ 83년 '골목집' 개업

▶ 86년 '훼미리가든' 개업

▶ 93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외식산업과정 수료

'마이하우스' 개업

▶ 97년 '후레시아' 개업

▶2000년 '사랑방' 개업

▶2001년 계명문화대 관광과 졸업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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