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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웰빙] "담배부터 끊어야 심장질환 대 끊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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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용식씨 주치의 찾아가니 …

부모는 자식 건강의 거울이다. 성격, 체질뿐 아니라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의 모습이 그대로 자식대에 이어진다. 이른바 가족력이다.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심장병도 다분히 가족 질환의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선 한국인은 동맥경화에 잘 걸리는 유전인자가 서양인(8%)보다 월등히 많은 30%에서 발견된다. 여기에 고지방식인 서구형 식사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면서 심장질환 증가에 불을 댕겼다. 대를 이어 심장병에 걸리는 가계가 늘고 있는 것이다.

글=고종관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지난달 22일 신촌세브란스 심혈관센터. 개그맨 이용식씨가 진료를 받기 위해 주치의인 정남식 교수를 찾았다.

"아버님께 감사해야지요."그의 눈이 붉게 물든다. 그가 부친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한 것이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1997년 5월 이주일 코미디쇼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지요. 아침에 샤워를 하는데 가슴을 긴 송곳으로 천천히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오더라고요. 몸이 조여들면서 숨도 못 쉬고 진땀이 쏟아지더군요."

그는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불과 2주 전인 5월 8일 그의 부친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

가슴 통증이 부친을 사망케 한 심근경색이라고 판단한 그는 서둘러 매니저의 차를 타고 동네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의사는 출근 전이었다. 공포가 몰려왔고, 가족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다시 차를 돌려 신촌세브란스 응급실로 쳐들어갔다.

당시 미리 전화를 받고 이씨를 맞았던 정 교수는 "혈관이 90% 이상 막혀 있어 조금만 지체했어도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이씨의 몸무게는 97㎏. 그의 심근경색은 '등심으로 살았다'고 할 정도로 육류를 좋아하고, 흡연과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의 부산물이었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도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 같아요. 아버님 돌아가시기 2년 전 새벽기도를 다녀오신 뒤 집 앞 계단에서 운명하셨거든요."

이러한 가계력과 '죽음 예행연습'까지 했던 이씨지만 여전히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현재 허리둘레 43인치에 몸무게 101㎏이다. 식생활은 육류에서 된장찌개와 같은 전통식, 그리고 생선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과식에다 짠 젓갈을 즐기고, 흡연을 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암치료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할 정도.

정 교수의 주문이 떨어진다. "운동을 하고, 몸무게를 빼야 합니다. 담배도 끊어야 하고요." 의사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의 심장 혈관엔 혈액의 흐름을 도와주는 세 개의 스텐트가 박혀 있다. 첫 수술을 받고 1년 반 뒤 2차 수술을 받은 결과다.

이씨에게는 여전히 당시의 공포심이 앙금처럼 남아 있다. "밤중에 잠이 깨서 가슴이 두근거리면 두려움이 몰려오고, 결국 새벽에 차를 몰고 응급실에 가서야 안정을 찾았습니다. 첫 심장발작 이후 2년 동안은 외국에 나가질 못했어요."

지금도 그는 산이나 낚시터를 찾을 때조차 주위에 큰 병원이 있는지 미리 살핀다. 수첩엔 대형병원 지도와 심혈관센터 간호사.직원들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다. 정 교수는 "심장병 환자들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강요하지 못하는 것은 이들의 심장발작에 대한 불안과 긴장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식씨는 이달부터 살빼기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내년 봄까지 사냥을 하며 85㎏까지 줄이겠다는 것.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사냥은 겨울철 운동인 데다 순간의 긴장 때문에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씨는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것보다 사냥개와 대화하며 산을 넘는 재미로 할 계획"이라고 둘러댄다.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정확한 약 복용도 과제다.그가 먹는 약은 항고혈압제와 콜레스테롤 저해제, 그리고 아스피린이다. 고지혈증을 줄이고,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 특히 아스피린은 혈전 용해뿐 아니라 혈관의 최전방인 내피세포를 보호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심근경색 가족력이 있고, 고혈압.고콜레스테롤.당뇨.흡연 등 위험인자를 지닌 40대 이상은 식습관 개선.운동과 함께 하루 한알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장병 예방 5대 수칙

(1) 지방식을 줄이자

중년 남성 4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수치 240㎎/㎗ 이상 남성은 200 이하 남성보다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3배 증가했다.

(2) 금연은 필수

담배를 피우지 않는 40대 남성의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은 10만명당 50명. 그러나 담배를 하루 10~20개비 피우면 사망률은 275명으로 늘어난다.

(3) 정상 혈당치를 유지하자

당뇨 환자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치가 높다.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막에 손상을 줘 동맥경화를 촉발하고 혈전(피떡)을 만들어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4) 운동을 하자

운동은 최소 주 3~4회, 매회 30~45분은 해야 효과를 본다. 중년 이후에는 등산.빠르게 걷기.수영.자전거 타기 등이 권장된다.

(5) 아스피린을 복용하자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효능이 밝혀지면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위험군에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다. 하루 100㎎ 한알이 적정량. 소화기질환이 있다면 위에서 녹지 않고 소장에서 흡수되도록 코팅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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