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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미국의 선택] 흑인 상원의원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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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일 미 대선과 같은 날 실시된 상원의원 선거에서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락 오바마(43). 민주당의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역시 흑인인 공화당의 앨런 키스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오바마는 이로써 100명의 상원의원 중 유일하고 또 미국 역사상 다섯번째의 흑인 상원의원이 됐다. 오바마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보기 드문 흑인 상원의원이라는 데 있지 않다.

지난 7월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중 친화적인 연설로 청중을 휘어잡아 단숨에 정치 스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인종적 또 문화적 경계인으로 묘사하는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어조로 미국의 '단결'을 강조하는 열변을 토했다. 전당대회 주인공인 존 케리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평을 들었다. 심지어 '흑인 클린턴'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특히 청년기의 방황을 딛고 일어선 그이기에 미국 언론의 초점이 되고 있다. 오바마는 하와이에 유학을 온 케냐 출신의 흑인 학생과 캔자스 출신으로 하와이로 이주한 백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는 그가 바로 전당대회에서 "내 이름은 케냐식이고 내 억양은 캔자스식"이라고 농담을 던진 가족사의 배경이다.

그의 어린 시절 흑백 부모는 갈라섰고 오바마는 재가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4년 동안 살기도 했다.

이곳에서 가난과 질병의 아픔을 배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10세 때 다시 외가가 있는 하와이로 돌아온 오바마는 학업보다는 농구를 즐기고 한때 마약에 손을 대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른들의 지속적인 따뜻한 관심에 힘입어 새 출발을 결심하게 된다.

특히 거의 만나지 못했던 생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름을 '배리'에서 생부의 이름인 '바락'으로 바꾸고 시카고 교회에서 실업자들을 돕는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에 나선다. 또 하버드 법대에 진학, '하버드 법률 평론'의 회장을 맡아 졸업 후 전도가 밝은 직업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그는 시카고로 돌아가 인권운동을 위해 힘쓰며 정치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누구와도 쉽게 친해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미래이자 차세대 대통령이라는 섣부른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그로선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현재 흑백을 통합할 수 있는 정치적 상징으로 인종의 용광로 미국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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