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경찰청장 해임은 부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과 군 수뇌부가 경찰청장 인사를 둘러싸고 집단 항명에 나서 와히드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카르타 주재 일부 외국 대사관들은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 본국에 보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 경찰청장 사임 요구〓와히드는 지난 1일 수로요 비만토로 경찰청장을 대통령궁으로 불러 지난달 30일 동부 자바 파수루안에서 열린 와히드 지지세력에 의한 국회 탄핵추진 규탄 시위과정에서 민간인 한명이 숨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비만토로는 경찰청장 교체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물러날 계획이 없다며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와히드는 비만토로 경찰청장의 직무정지를 명령하고, 판지 아트마수 디르자 경찰청 차장을 경질한 뒤 하이루딘 이스마일을 새 차장으로 임명했다.

◇ 경찰 반발〓비만토로 경찰청장은 2일 항명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2일 경찰 고위간부회의에서 "경찰청장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 이라며 "경찰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임을 유지해야 하고 정치적 도구로 돼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불법행위의 증거가 없는 정치인과 언론인을 포함한 반정부 인사들을 어느 누구도 체포하지 말라" 고 명령했다.

그의 항명에는 전국 지방경찰청장 30명의 지지선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일 와히드의 경찰 내부 문제 개입과 경찰청장 교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 군 동조〓위도도 아디수칩토 통합군사령관은 1일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고위 장성들을 긴급 소집해 비만토로의 사임 거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와히드의 경찰청장 직무정지에 대한 군부 실력자들의 불만은 2일 오전 대통령궁에서 열린 신임 아굼 구멜라 정치.사회.안보 조정장관 임명식에서도 표출됐다. 엔드리아르토노 수타르토 육군참모총장은 행사에 불참했으며, 위도도 통합군사령관과 해.공군 참모총장은 구멜라 장관 임명식에만 참석했지만 이스마일 경찰청 차장 임명식 때는 대통령궁을 빠져나왔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도 와히드 대통령이 1일 전격 단행한 개각에 불만을 품고 임명식에 불참했다.

강병철 기자,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