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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계파지도 새로 그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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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풍(整風)파문을 매듭지으려던 민주당 의원 워크숍(31일~6월 1일)은 급한 불길을 잡는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세력 지도' 재편을 예고하는 갖가지 현상을 드러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1일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저쪽인지 헷갈리게 됐다" 며 "자력 생존을 겨냥한 집권 후반기의 각개약진이 시작됐다" 고 해석했다.

◇ '친(親)청와대.동교동 구파(舊派)세력' 의 이반〓소장파에 의해 '비선(□線)' 으로 거론되던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의 마포 사무실을 유일하게 지적한 의원은 추미애(秋美愛)지방자치위원장.

秋의원은 "3.26 개각 전까지 반짝이던 당의 힘이 빠진 것은 어떤 사무실의 개소식 때문이다. 민심은 오이 밭에 가서 신발 끈을 묶지 말라는 것" 이라고 말하며 네차례나 울먹였다.

秋의원은 김옥두(金玉斗)전 사무총장과 權전 위원 등 동교동 구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왔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지난해 총재비서실장을 지내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멤버였던 秋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 개편하라는)김경재(金景梓)의원의 견해에 동의한다. 요로의 인사 담당자들이 책임을 지라" 고 요구했다.

이윤수(李允洙)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야당 시절 경호 겸 수행비서를 지낸 동교동 가신(家臣)그룹 출신. 그러나 李의원은 워크숍에서 '비선 척결' 을 외쳤다.

◇ 개혁 소장파도 분화〓성향.친소 관계에 따른 초.재선 소장파의 이합집산 징후도 등장했다.

당내 '386세대' 의 대표 주자격인 김민석(金民錫)의원이 "쇄신은 해야 하지만 집권당의 기강.질서도 중요하다" "대통령 면담 약속 후의 성명 발표는 문제" 라며 정풍파의 '절차' 를 비판한 대목이 이를 촉발시켰다.

동교동계는 "링컨 이후 최고의 연설" (동교동계 출신 모 의원)이라고 반겼지만, 金의원은 "마포 사무실엔 가본 적도 없다. 내 자신의 결단" 이라고 '소신' 임을 강조했다.

장성민(張誠珉)의원 등 몇몇은 金의원의 주장에 '동감' 임을 표명했다.

그러나 정풍파의 주역인 천정배(千正培)의원은 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개인적으로 김민석 의원과 가깝지만 그는 정확한 상황을 몰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있다" 며 재반박에 나섰다.

金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용기있고 현명한 결단" 이라는 지지와 "이젠 386 꼬리표를 떼라" 는 비판이 뒤섞였다.

◇ 차기 주자들의 손익 계산=청와대 보좌진의 '내탓이오' 부재(不在)를 제기한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당내 소장파들에게서 "어쨌든 국면 전환의 기폭제가 됐다" 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인사 쇄신보다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자" 고 했던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에겐 "權전위원 등 동교동계의 차기 지원을 너무 의식한 것 아니냐" 는 소장파의 눈총이 이어졌다.

'정풍 파문' 의 주인공이었던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다시 한번 당내 '스타' 로 떠올랐지만 당내 대주주인 동교동계 대의원의 '비토' 극복을 과제로 남겼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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