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어떤 솔거의 죽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우리나라 대표 작가의 문학작품들을 완성도 높은 삽화를 곁들여 아동용으로 내고 있는 다림출판사의 '한빛문고' 는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작가가 애초에 어린이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쓴 문학작품을 아동용으로 편집해 출판하는 것은 "몸에 좋다고 이도 몇 개 나지 않은 유아에게 갈비를 뜯으라는" (김은하,『우리아이, 책날개를 달아주자』)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원작을 제멋대로 축약.각색하거나, 작품 이해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한두가지 소재나 표면적인 줄거리에 관해 엉뚱한 도움말을 곁들여 낸 경우라면 그런 비판은 백번 들어 옳다.

하지만 원작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저자의 의도도 충분히 고려된 책이라면 작품성 뛰어난 고학년용 창작물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같은 비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신간 『어떤 솔거의 죽음』이 그런 경우다.

예술가로서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화가의 이야기인 표제작이나,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려는 검사집 아이를 위해 돈을 받고 대리면접을 보는 엿장수집 아이의 모습을 그린 '인형극' , 그리고 자신의 물질적 행복만을 추구하는 아버지와 달리 일본 제국주의와 한국전쟁으로 불행에 빠진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택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메아리 메아리' 등 세 편 모두 강한 주제의식을 문학적으로 잘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좋은 문학적 체험이 될 수도 있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