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부쩍 짜증 늘고 피로 느끼는 당신, 혹시 남성갱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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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나는 생각중지훈련과 긴장완화를 위해 대중목욕탕을 자주 가는 편인데 요즘들어 유난히 자주 발견하게 되는 체형이 ‘거미원숭이’ 체형이다. 거미원숭이는 팔과 다리는 가늘고 배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불뚝이 원숭이이다. 불과 십수년만 해도 거의 보기 힘들었던 거미원숭이 체형은 목욕탕에만 가면 십중팔구 만나게 되는 가장 흔한 체형이 되었다. 복부비만이야 그렇다치고 왜 팔다리는 이전보다 그렇게 가늘어졌을까?

복부비만 증가에 편승하여 근육 사용 및 단련부족과 남성 호르몬 결핍이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 남성화 호르몬의 선두주자인 남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은 30세가 넘어서면서 서서히 감소하는데 특히 남성호르몬이 부족하여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남성갱년기라고 한다. 여성갱년기의 경우 폐경후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급작스럽게 나타나는데 비해 남성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그 증상은 여성갱년기 못지 않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지며 불안, 초조, 우울등의 감정변화가 심하고 지적능력 및 기억력이 감소한다. 남성들의 상징인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근력과 체모 역시 감소한다. 내장지방은 증가하고 골밀도는 감소한다. 성욕의 감소나 성기능 감퇴는 남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남성갱년기 증상의 정점이다. 그야말로 추풍낙엽인 셈이다.

남위기(가명)씨는 요즘 부쩍 짜증이 늘고 피로를 호소하였다. 허리둘레가 3년동안 3인치 늘어 37인치에 이르러 전형적인 거미원숭이 체형이었다. 하루는 부인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여보 요즘 자기 갱년기야? 왜 그리 짜증이 늘었어?”라고 면박을 줬다. 부인도 폐경후 1년간 갱년기 증상으로 지독히 고생을 한터였다. 남씨는 호르몬 검사에서 남성호르몬이 중등도로 저하되어 있어 남성갱년기에 맞는 소견을 보였다. 남성갱년기 장애의 효과적인 치료는 남성호르몬 치료로 알려져 있다. 남씨는 주저하였다. 지금부터 남성호르몬을 맞으면 당분간 주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데 그 고민의 뿌리가 시작되었다. 나도 구태여 주사를 고집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먼저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씨는 고민 끝에 호르몬 주사 대신 ‘내몸경영수련’을 통한 남성호르몬 강화법을 시도해보겠다고 하였다.

남성갱년기, ‘내몸경영수련’으로 극복가능

남씨의 검사결과와 생활습관 설문에 따라 트레이닝 계획이 세워지고 훈련처방이 내려졌다. 먼저 10kg 체중감량을 처방하였다. 비만한 남자들에게서 유방의 여성화가 두드러지는데 지방이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는 ‘아로마타제’ 라는 효소를 많이 분비하게 해 체내 남성호르몬 분비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성호르몬 감소현상은 중년만의 고민이 아니다. 내 클리닉을 찾는 많은 청년들에게서도 남성호르몬 감소는 흔히 발견된다. 다음으로 음주 횟수와 양을 반으로 줄였다. 남성다움의 상징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술이 여성화를 촉진할수 있기 때문이다. 과음은 호르몬 균형을 깨뜨리고 비만을 조장한다. 간은 과도하게 생성된 여성호르몬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과음으로 간에 이상이 생기면 그런 역할을 수행할수 없게 된다. 따라서 술을 줄여야 남성기능이 되살아난다.

적극적인 성생활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므로 위축되지 말고 부부생활을 즐기라고 권고하였다. 그는 얼마전부터 의도적으로 부부관계를 회피해 왔는데 용불용설의 ‘내몸관성법칙’에 따라 남성호르몬 분비량은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근육을 늘리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일주일에 3회 병행하였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뇌에서 남성호르몬이 잘 나오도록 유도하는 자극 호르몬 분비를 활발하게 한다. 새벽 1-2시까지 늦게까지 깨어서 텔레비전을 보던 습관을 고쳐 12시 이전에는 무조건 잠들도록 하였다. 12시에 정점인 성장호르몬이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5kg 감량으로 허리를 2인치 줄이자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짜증이 줄고 피로도가 개선되었다. 부부관계도 다시 활기를 찾았다. 남위기씨는 오늘도 남은 5kg를 감소시키기 위한 ‘락다이어트습관’함양과 더불어 근육량 증강을 위한 근력 운동에 매진중이다. 남씨야 말로 중년남성의 위기를 반전의 계기로 전환시킨 ‘내 몸 성공’ 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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