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꿈꾸는 후배 멘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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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일 오전 11시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나눔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석사과정에 다니는 오영경(24·나노바이오 전공)씨와 충남과학고 1년 황지윤(16)양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과학자가 꿈인 황양에게 오씨는 “기초과학을 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과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법을 놓고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황양은 “과학고에 입학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으나 멘토 언니를 만나보니 앞으로 나갈 방향이 어렴품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윤이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사춘기에 겪는 고민을 친언니처럼 조언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이 과학자를 꿈꾸는 후배들의 멘토로 나섰다. UST는 20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대전과학고, 충북과학고 학생 간 1대 1 멘토링 결연식을 했다. UST학생 20명은 고교생을 한명씩 맡아 올해 말까지 지도하게 된다. UST학생들은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구원 등 9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UST는 과학고 학생들로부터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조사한 뒤 대학원생과 짝을 지어줬다. 멘토들은 편리한 시간에 직접 만나거나 e-메일, 전화 등을 통해 수시로 조언하게 된다. 

대전과학고 1학년 홍지현(16)양은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이 분야의 선배님을 만나 기대가 많이 된다”며, “그 동안 진로를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양의 멘토를 맡은 양현대(28·지능형로봇공학 전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내 전공과 지현이의 희망이 일치해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다”며 “어떤 고민이든 함께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상담자가 되는 동시에 학업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과학고 박종육 교사는 “UST 멘토링은 다양한 현장체험 활동과 연구·교육이 가능해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선발이 확대되는 시점에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ST 이세경 총장은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진로 조언을 구하는 데 비슷한 세대의 대학원생들이 최적의 멘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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