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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300년 전 지식인 홍만종 역사 문학 두루 꿴‘신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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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 신선을 찾아서
홍만종 지음, 정유진 편역
돌베개, 283쪽, 8500원

지식인에 대한 숱한 뜻풀이가 있다. 가볍게는 그저 ‘많이 배운 이’를 뜻하기도 하고, 무겁게는 ‘기성 체제를 비판하는 사람’이라 일컫기도 한다. 이 둘을 뭉뚱거려 ‘자신의 지적 능력을 사용해 세상에 참견하는 이’라 풀 수도 있겠다.

조선 후기의 역사가이자 문학가인 홍만종(1643~1725)은 이 모든 정의를 충족하는 지식인이다. 그는 일평생 우리 역사와 문학을 탐구했고, 날선 비판으로 세상을 꼬집기도 했다.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홍만종의 대표적인 산문들을 채집해 묶었다. 20~30대 청년기에 썼던 『해동이적(海東異蹟』 『순오지(旬五志)』 『명엽지해(蓂葉志諧)』가운데 일부를 골라 번역했다.

고유한 우리의 것을 탐구한 『순오지』의 글들은 ‘우리 땅 우리 역사’, ‘우리말 우리 노래’, ‘신선술, 건강과 불사의 비결’ 세 장에 나누어 실렸다. 홍만종은 주체적인 역사가로서 우리 역사의 정수를 추적한다. 그는 단군을 우리 역사의 시조로 분명히 못박고(‘동방의 시조, 단군왕검’), 이성계나 유정 등 역사에 남을 만한 위인들의 일대기를 전한다.

우리 문학 작품을 옹호하는 글도 있다. 이를테면 그는 ‘우리에게는 우리의 노래가’란 글에서 “우리글(한글)로 전하는 노래는 중국의 노래와 나란히 비교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것대로 보고 들을 만한 것이 많다”며 ‘관동별곡’ ‘강촌별곡’ 등 우리 가사에 대한 짧은 평문을 적어 소개한다. ‘황제 한 번 못 해 본 나라’란 글에선 날카로운 지식인의 면모도 드러난다. 그는 “온갖 공물을 바치며 청나라에 신하 노릇하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으니 어찌 참으로 가련한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조선의 현실을 꼬집는다.

‘신선술, 건강과 불사의 비결’ 장에는 『순오지』가 전하는 선조들의 건강 수련법이 정리됐다. ‘새벽에 일어나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기를 세 번 한다. 다음으로 아랫니와 윗니를 여섯 번 부딪히고….’라는 식으로 비교적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으므로 한번쯤 따라해봄직 하다.

『해동이적』에선 신선들을 소개하는 글을 골랐다. ‘학을 춤추게 한 옥보고’ ‘오백년을 산 권 도사’ ‘술수에 능했던 전우치’ 등 득도한 인물들의 영웅담을 전하는 글에선 홍만종의 도가적 성향이 강하게 묻어난다. 조선 후기의 구전 설화도 담겼다. ‘달력에 적은 우스운 이야기’란 뜻의 『명엽지해』에서 발췌했는데, 낯뜨거운 야설부터 세상을 풍자하는 민담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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