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내부 갈등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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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가 이례적으로 군 내부의'단결'을 강조하는 논평을 실었다. 이는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의 지난 9월 당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직 승계 이후 군 내부 갈등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해방군보는 1일자 신문 1면에 실린 논평을 통해 "전군(全軍)의 동지들은 마치 자신의 눈(眼)을 아끼는 것처럼 군 내부의 단결과 통일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며 "후진타오 총서기 등을 중심으로 당과 군대의 사업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군부 소식에 밝은 베이징(北京)의 소식통들은 이 같은 논평이 "장쩌민(江澤民)으로부터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이양받은 후진타오의 군부 내 권력기반이 아직 공고히 다져지지 못한 데 대한 내부의 우려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측통들은 중국공산당 운영 상황이 항상 베일에 가려져 있어 관영 언론의 논평이나 사설 등에 담긴 논조에 의거해 중국의 정책 변화나 권력 이동의 단서를 찾아왔다. 이 같은 견지에서 볼 때 이번 해방군보의 논평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논평이 나오게 된 배경은 후 주석이 비록 장쩌민으로부터의 권력승계 절차를 마무리하긴 했으나 장쩌민이 1989년 중앙군사위 주석에 취임한 이래 직접 선발하고 진급시킨 80명의 대장급 장성들을 발판으로 여전히 해방군 내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해방군보는 또 이날 논평에서 "지금 가장 요구되는 것은 해방군의 단결력을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이라며 "군이 당의 지도에 복종하는 한 군은 굳건한 단합을 통해 극복하지 못할 고난도, 통과하지 못할 시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방군보는 이어 "앞장서서 단결을 강조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은 (해방군 내) 각급 단위의 소중한 책임"이라며 "각 조직의 상위 책임자들이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체 부대의 단결에 영향을 미친다"며 구체적으로 전군 내부의 핵심 과제가 단결에 맞춰져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논평은 또 "단결이 곧 힘이자 승리이기도 하다"며 "해방군의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전군 상하 모두 사상과 보조를 일치시켜 단결해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중국 정부는 49년 국(國).공(共) 내전의 종료로 대륙과 대만으로 분단된 이후 해방군의 최대 역사적 과제로서 대만과의 '통일'을 줄곧 주창해 왔으나 이처럼 군의 단결을 눈에 띄게 강조한 것은 전례가 없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비공개적으로 대만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지난 5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양안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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