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결혼 통제해야"-"한국 남성도 피해자" 찬반 양론 분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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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라는 게 부끄럽다.”(네티즌 ‘ciskom’) “우리나라 남성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네티즌 ‘soccern’)

본지가 26일 보도한 다문화 가정의 이혼 실태에 대한 기사(가출 아내 찾진 않고 “중국 새 신부 오기 전 이혼 빨리 … ”)를 놓고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찬반 토론을 뜨겁게 벌였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서울가정법원의 올해 1분기 전체 이혼 소송 중 다문화 가정의 소송이 전체의 40%에 달한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선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조인스(www.joins.com)에서 이 기사를 읽은 네티즌은 16만여명. 네티즌들은 댓글로 다문화 가정의 문제점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특히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과의 혼인을 금지한 지 일주일 만에 제기된 이슈여서 더욱 관심이 높았다.

많은 네티즌들은 기사에 소개된 일부 한국 남편에 대해 “나라 망신”이라며 “무분별한 국제 결혼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ID ‘id1234’인 네티즌은 “술집에서 아가씨를 고르듯이 신부감을 선택하는 행태가 현대판 인신매매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문제가 발생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ID ‘kunsoo’는 “전세계에 고아 수출국으로 망신을 당했던 우리가 이제는 스스로 다문화 가정을 파괴해 가면서 한(恨)을 양산하고 있다”며 실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들은 '국제 결혼에서 한국 남성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고 반박했다. 기사에서 한국 남성들이 가해자인 것처럼 지적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ID가 ‘ksopyong’인 네티즌은 “시골에선 (외국인)아내가 가출해 피해를 입은 신랑이 많다”며 “외국 신부를 맞이한 신랑을 무조건 색안경끼고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네티즌 ‘soccern’는 “시집오는 여자들 상당수가 결혼에 관심이 없다. 오자마자 가출하고 국적 취득 후 이혼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국제 결혼이 파행으로 치닫는 데는 결혼중개업체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많았다. 업체가 돈을 챙기기 위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결혼을 성사시킨다는 것이다. 네티즌 ‘kanhk’는 기사에 소개된 이혼 경력 7회 남성에 대해서 “결혼정보업체들이 남자의 이혼 여부를 확인하고 소개를 시켜주겠느냐”며 “돈되면 뭐든 다하는 업체가 문제”라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남성들과 이주 여성이 모두 각자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강성혜 소장은 “한국 남성이 여성에 비해선 사회에 잘 적응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성들을 더 배려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시집오는 여성들도 결혼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고, 굳은 각오로 한국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숙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결혼이 성사되기까지 막대한 돈을 들이는 한국 남성들은 '내가 빚을 얼마나 졌는데' 하는 생각에 여성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남편과 자녀를 대상으로 여성 측 나라에 대한 인식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 다문화정책과 채명숙 사무관은 "국제 결혼 중개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또 이주 여성들이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는 것이 최대 숙제라고 보고, 법무부·외교통상부·행정안전부와 범부처적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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