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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골프] '굿샷' 기억만 살려 '다음 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골프는 드라이버 샷도 아니고 아이언 샷도 아닌 '다음 샷' 이라는 말이 있다.

라운드 도중 큰 미스 샷을 했더라도 바로 잊어버리고 오직 다음 샷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능한 사업가나 탁월한 최고경영자들 중에는 싱글 핸디캡 골퍼들이 많다는 사실이 우연이 아닌 모양이다.

주말 골퍼들의 한 게임 한 게임도 마찬가지-.

라운딩을 끝낸 뒤 클럽 하우스에서 주고 받는 그날의 골프 이야기들을 주의해서 들어 보라.

"아까 그 홀에서 OB만 내지 않았더라도 오늘 스코어가 괜찮았을텐데…. "

해저드에 빠졌거나 OB를 낸 나쁜 샷만을 기억해내고 아쉬워하는 사람은 항상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다시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때문에 똑같은 홀에 다시 서도 몸이 경직돼 옹졸한 스윙을 하게 된다.

아무리 엉망으로 골프를 쳤더라도 멋진 샷 한두개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골프를 끝냈을 때는 가장 멋졌던 한번의 샷만을 기억할 일이다. 그래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어 다음에 더 잘 칠 수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도 똑같다.

최근 미국 LPGA에서 59타로 18홀 사상최저타 기록을 세웠던 애니카 소렌스탐은 어쩌다 실수 샷이 나와도 전혀 표정의 흔들림 없이 항상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다음 샷에 임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사실 기후조건이 좋지 않은 스웨덴에서 골프.테니스 분야의 세계적 선수들이 줄줄이 배출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스웨덴에서는 주니어 골프 선수로 등록되면 하루에 수천개의 볼을 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정신교육부터 받게 한다. 옛 소련에서 활약하던 최고의 체육 지도자들을 영입해 명상 등을 통한 정신집중력을 길러준다. 요컨대 기술 자체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얼마만큼 최고로 발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말 골퍼들에게 명상 훈련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좋았던 샷과 그 느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몸은 좋은 샷을 할 수 있도록 저절로 따라간다.

배석우 중앙일보 골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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