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특검반 신설 … 규모 큰 곳은 매년 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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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종창(사진) 금융감독원장은 “문제가 되는 저축은행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특별검사반을 만들고 규모가 큰 저축은행은 매년 검사하겠다”고 말했다. 25일 취임 2주년을 맞아 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김 원장은 “저축은행에선 주주에게 대출을 하는 불법 사례가 많이 나타나는데 이를 은폐하기 위해 대출 경로를 20번이나 세탁한 사례도 있다”며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이런 것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론 매년 검사를 통해 저축은행이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금융회사와 이들 회사의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검사도 강화된다. 김 원장은 “은행을 포함한 대형 금융회사 역시 매년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회사의 업무에서 IT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 분야도 중점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검사 과정(지난해 12월~올해 2월)에서 불거졌던 관치금융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원장은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는 원래 일정에 따라 실시한 정기검사였다”며 “이에 앞서 이뤄진 사전검사 역시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사전검사 과정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운전기사와 관용차량 사용 현황을 집중 조사한 것이 국민은행이 작성한 수검일보를 통해 드러났다. 언론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드러냈다. 김 원장은 “잘해 보려는 금감원의 노력을 평가해 주는 데 매우 인색하고 칭찬보다는 비난이 많았던 분위기 속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하는 감독기구의 태생적인 속성 때문에 발생하는 불평과 불만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는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표현했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듯 우리 경제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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