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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와이드] '물류 실핏줄' 배달 아르바이트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하철은 2~3분마다 정차해 15~20초 동안 문을 엽니다. 7호선을 타고 가다 대림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에스컬레이터를 세번 타고도 걸어야 하죠.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왕십리역까지는 30분 걸려요. "

재수생 황현(黃賢.20.서울 강서구 화곡1동)씨의 아르바이트 일터는 지하철이다. 3개월째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한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낸다. 얼마전부터 친구들은 黃씨를 '지하철 도사' 라고 부르고 있다.

함께 일하는 한태정(韓泰正.22.동양공업전문대 전기과1)씨는 매일 여섯시간씩 지하철을 탄다. 예전엔 버스만 탔다는 韓씨는 이젠 승강장 어디에서 타면 목적지 역의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내리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점심 시간이나 중.고생이 하교하는 시간대에 지하철이 콩나물 시루처럼 된다는 것도 이 일을 하면서 알았다.

이들은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가 민간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지하철 물류 서비스' 의 배달원이다. 고객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morning365.co.kr)에서 주문한 도서나 음반, 승객이 맡긴 서류 등을 원하는 지하철역에서 찾을 수 있도록 운송하는 게 주 업무다.

시청.삼성.사당역 등 지하철 1~8호선 40개 역사의 물류 지점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은 4천여건. 시간당 2천5백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50여명이 서너개 역을 묶어 한두시간 간격으로 지하철을 타고 돌면서 물품을 옮긴다.

"오늘 아침엔 영등포구청역 신문가판대 아줌마가 떡을 주셨어요. 가방들고 물건을 파는 아저씨들과도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습니다. "

지하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색다른 경험도 했다. 시민의식에 대해 나름대로 비판도 한다.

"남들은 줄을 서는데 승강장 의자에 앉아있다 새치기해 올라타는 사람들이 가장 꼴불견입니다. "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정말 가방을 던지는 아줌마들도 있더군요. "

이들은 "많은 짐을 카트에 싣고 끙끙거리며 계단을 오르면 늘 도와주는 분들의 계셔 얼마나 고마운지 몰른다" 고 덧붙였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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