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91% "고이즈미가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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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 신드롬이 일고 있다.

취임 3주째를 맞은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도는 상한가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방송.신문의 조사에서 모두 80% 이상의 지지도를 획득한 데다 한 일본 방송 조사에서는 91%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를 공격해온 야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간사장은 14일 중의원에서 고이즈미에게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을 집요하게 따졌다가 TV로 이를 지켜본 '고이즈미 팬' 들의 전화공세에 시달렸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간 간사장의 사무실에 1백통 이상의 전화가 왔는데 90% 이상은 '왜 괴롭히느냐' '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느냐' 는 등 비판 전화였다" 고 밝혔다.

아카마쓰 히로다카(赤松廣隆)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도 15일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외상을 비판했다가 전화부대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입지도 약해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 참배 등 공명당이 반대해온 입장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이다. 이러다 보니 가와우치 히로시(川內博史)의원 등 민주당 소장파가 15일 에히메(愛媛)현 도요(東豫)시 등에서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가두선전활동을 하면서 고이즈미를 이용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들은 "자민당은 반 고이즈미 세력이고, 민주당은 고이즈미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 선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민주당 집행부도 이를 묵인했다" 며 "고이즈미 열풍으로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민주당의 고육지책" 이라고 분석했다.

고이즈미 바람에 대해 민주당은 "정치불신.장기 경제침체로 지친 국민의 정서에 고이즈미의 개혁바람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 이라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고이즈미는 최근 국회에서의 질의 응답에서 과거 총리와는 다른 시원스런 답변으로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져도 개혁을 추진하겠다" 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신드롬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걸림돌이 적지 않아서다.

핵심 각료인 다나카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계획에 관한 국회 답변에서 "업무보고를 받지 않아 모른다" 고 답변하는 등 파행적인 행동을 계속해 '자질론' 까지 나온다. 게다가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재무상은 올 1월 TV에서 "과거 관방장관 시절 기밀비를 야당대책용으로 사용했다" 고 발언한 것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일부 각료들이 고이즈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지지율이 너무 높은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개혁 바람으로 급상승한 지지율이기 때문에 고이즈미의 개혁이 각론에서 지지부진할 경우 급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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