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 장기인 청계천식 설득리더십 왜 아끼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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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해온 국정과제들이 한꺼번에 정치 세례를 받아 합의가 어려운 정쟁(政爭) 소재로 변질돼 가고 있다. 세종시, 4대 강은 물론 방송과 종교 문제까지 가벼운 입놀림으로 구설(口舌)에 올랐다. 선거 결과야 정치권의 몫이라 하더라도 이러다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것인지가 걱정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 중 최대 국책사업이라 할 4대 강 정비계획은 종교계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더욱 답답한 것은 설명을 요청해도 ‘워낙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설명하러 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급기야 이 대통령이 “이런 사람들에게 설명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질책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의 설득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굳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법 처리 방식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은 일방적인 방송연설이나 할 뿐 반대론자들을 만나는 걸 피해 왔다. 과거 군사정부에서도 그 흔하던 기자회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다. 장관들도 정부 입장만 반복할 뿐 반대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고, 또 그럴 재량권도 없다. 그러니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중요한 건 이 대통령이다. 국무총리도 안 만나겠다는 박근혜 전 대표나 야당 대표를 누가 설득할 수 있는가. 이 대통령이 특정 종교를 편든다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종교계를 누가 납득시킬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처럼 일일이 전화를 하고, 만나러 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정치권과 종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성껏 설명하는 성의는 보여줬어야 한다고 본다.

MB가 청계천 사업을 추진할 때 보여준 충심 어린 설득 노력은 감동적이었다. 특별대책반이 4300여 회나 청계천 주변 상인들을 만났고, MB도 직접 수십 차례 상인들을 만나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국민은 그때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정비는 청계천 복원보다 훨씬 민감하고 거대한 공사다. 정치적 이해까지 걸려 있다. 그런데도 그의 장기라고 할 이 설득의 리더십을 왜 아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