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보와 지역의보 재정 통합을 둘러싸고 여권.시민단체는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경총.의협 등은 재정 분리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국민 건강보험법 중 재정 분리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한국노총과 경총.교총.의사협회 등 6개 단체는 재정 분리를 위한 법 개정 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의보 재정의 통합이나 분리는 나름대로 일장일단이 있다. 특히 직장인들도 회사를 떠나게 되면 지역의보의 우산 아래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의보 재정을 전혀 별개의 주머니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연간 8백만명이 실직.전직 등으로 직장과 지역 의보를 오가는 현실에서 통합론 주장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의보 재정 통합을 위해선 몇 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직장.지역 의보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소득이 유리알처럼 노출된 직장인들의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반면 지역의보는 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26%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무리하게 의보 재정 통합을 강행한다면 위헌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또 재정 통합 이전에 당국의 의보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몇 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의약분업이 이뤄지면 국민 부담이 오히려 줄어든다' 고 강변하지 않았던가. 직장의보 재정마저 구멍이 뚫릴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 두 부실재정을 합쳤을 때 오는 재정 파탄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는 지역의보 가입자들의 소득 파악률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보험료 부과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의보 재정난 종합대책에 현실성 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 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의보 재정 통합이든, 분리든 정책 방향을 다시 정해도 늦지 않다. 선거공약에 얽매여 의보 재정난을 더 악화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