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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칼럼] 국내쟁점 심층분석 아쉬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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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사회학자는 "경제적으로는 IMF관리체제에서 벗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는 총체적인 사회적 IMF위기로 빠져들었다" 고 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 일주일 내내 지속된 관심은 3년간의 '개혁' 에 대한 평가와 자성론이었다.

'민주 민심수습 긴급점검' (5월 7일자 2면)이라는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 기사로 시작하더니, 다음날은 '개혁 이제는 매듭을' (8일자 1면)이라는 여당 최고위원들의 개혁정비론이 보도됐다. 그러나 곧바로 '청와대 개혁 지속, 개혁정비론 사실상 제동' (9일자 1면), '여 동지애로 뭉칠 때' (10일자 4면)가 뒤를 이었다.

여권 지도부가 모처럼 진지한 자기반성을 하는 동안 '현 정부 개혁은 자본주의 저해' (7일자 2면)라는 자유기업원의 비판이 나왔고, '차기 대선 당선 가능성 야 42%, 여 17%' (10일자 4면)라는 여당의 자체 여론조사 내용이 흘러 나왔다.

여당은 '텃밭서도 지지 잃다니' 라며 충격을 받았고, 공동여당인 자민련은 자유기업원장의 '시장경제와 그 적들' 이라는 글에 공감하고 나섰다(11일자 4면). 그나마 '경제 살리기 묘수 찾아보자, 여야.정부 초당 합숙토론회' (12일자 1면)로 한 주일을 마감하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우려할 만한 기사들을 연일 보도하면서도 과연 '개혁' 이란 무엇이며, '개혁 피로감' 이 왜 생기는지, 앞으로 개혁의 과정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등에 관한 심층분석 또는 해설기사는 별로 없었다.

평소에도 느껴온 것이지만, 외국 관련 보도에는 흔히 심층분석과 깊이 있는 해설이 따른다. 지난주에도 '일 교과서 수정요구 이후 전망' (9일자 4면), '격동하는 이란' (9, 10, 11, 12일자), '미 군사전략 아시아 위주로 개편' (11일자 3면) 등은 깊이 있는 분석기사였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더 직접적이며 생존과 직결되는 국내 쟁점에 대해서는 여론을 선도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분석과 해석을 제공하지 못하는가? 심층분석은 고사하고 '동교동계 한 의원' '여권 관계자' '정부 고위 당국자' '청와대 고위관계자' '일부 실세 참모' 등 익명성의 '무책임한' 말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 오히려 막연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한국이 당면한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붕괴' 며 그 주범은 정치권이다. 그런데 언론이 과거 독재권력의 철퇴가 두려워 루머성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악습을 아직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객관적이며 정확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의 사명을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다.

얼굴 없는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보다 오히려 노회한 정치인들의 언론 플레이를 도와주며, 정치권의 음모를 방조할 뿐이다. 이제 언론은 불신의 정치를 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익명성.가십성.루머성 보도를 자제하고 용기있는 책임보도를 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 오랫동안 도사리고 있는데도 미처 깨닫지 못한 문제들을 들춰내 보도하는 것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전자 혼합 우려 임신 국내서도 3명 있었다' (9일자 1면)는 좋은 기사였다.

특히 '국립대 교수들 특허권 사유화 논란' (11일자 1면)은 그동안 간과돼 온 대학의 실정법 위반 및 재정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배규한 <국민대 사회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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