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장애인은 맥주마실 권리조차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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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으로,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口足)화가' 가 되는 것이 꿈이다. 얼마 전 대전에 사는 장애인 친구가 찾아와 맥주를 한잔 하려고 수유리에 있는 일명 '먹자골목' 을 찾았다.

처음 간 곳은 B호프였다. 그런데 종업원이 "자리가 없다" 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계속 그 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속이 매우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두번째 찾아간 곳은 D호프였다.

이 집 역시 자리가 없다고 했다. 거리로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나 휠체어가 들어가기 쉬운 곳은 D호프 뿐이었다. 그래서 다시 그 집으로 갔다. 그러나 업소측은 "장애인을 받았더니 술 먹고 돈도 안내고 행패까지 부리더라" 며 막무가내로 입장을 거절했다.

세번째론 H호프를 갔다. 처음에는 점원이 자리까지 안내해주며 친절하게 메뉴판을 갔다줬다. 그런데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오더니 메뉴판을 빼앗으면서 "장애인 때문에 일반인들이 들어왔다가 그냥 나간다" 며 무조건 나가라는 것이었다.

정말 화가 났다. 장애인들은 맥주 한 모금 마실 권리조차 없다는 말인가. 나는 최근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도시탐험 국토종단' 에 나섰다. 7박8일 동안 전남 해남에서부터 광주.대구.대전을 거쳐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부족한 편의시설보다 장애인을 더 속상하게 하는 것은 시민들의 편견이었다.

김경아.서울 도봉구 미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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