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tyle&] 걸어 다니는 갤러리 … 젊은 예술가들 티셔츠에 눈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2면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1 민화를 모티브로 한 티셔츠. 2 고흐의 명화를 패러디 한 디자인. 3 얼굴을 현대적 회화로 표현한 티셔츠. 4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사랑의 스파게티 냠냠냠’. 5 일러스트레이터 ‘봄로야’의 ‘나는 당신의 꽃반지’. [촬영협찬] 오즈세컨·나인식스96·모자익·D&G워치·꼬망꽁쥬·아트피버·티셔츠그래퍼

티셔츠로 상업과 예술 접목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박혜민씨는 ‘티셔츠 그래퍼(www.t-grapher.com)’를 열었다. 직접 그린 그림을 쇼핑몰에서 판다. 사업은 신진 작가로서 겪은 아쉬움이 바탕이 됐다. 작품을 그려도 비영리 전시 공간을 찾기 힘들었고, 있다 해도 짧은 전시 기간이 불만이었다. 그에 비해 대관료는 비쌌다. 차라리 티셔츠에 작품을 그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쇼핑몰 ‘꼬망꽁쥬(www.comanconju.com)’ 대표 박지나씨는 티셔츠가 새로운 실험 공간이다. 서울대 미대를 나와 사진·판화 등을 컴퓨터로 작업하는 디지털 아트로 작업을 해오던 터였다. 그러다 작품을 티셔츠에 찍으면 새로운 ‘전시 공간’이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순수 예술가로서 쇼핑몰을 여는 데 거리낌도 없었다. “앤디 워홀처럼 상업과 예술을 잘 접목하는 것도 아티스트의 몫”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진 작가들이 아트 티셔츠로 뭉친 공간도 있다. ‘아트피버(www.artfever.net)’는 ‘밥장’ ‘봄로야’ 등 소속 작가 11명을 두고 지난해부터 이미 15개의 티셔츠를 만들어냈다. 일반인들은 1만원대로 부담 없이 작품을 사고, 신진 작가들은 활동에 전념하게 해주자는 의미로 문을 연 곳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리더스컴의 정선욱 팀장은 “작품은 좋은데 인지도가 떨어지는 작가들을 골라 패션을 접목시켰다”며 “예전엔 아티스트가 출판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면 이제는 패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판적 메시지에 위트 녹여

신진 작가들의 디자인은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전통 민화를 컬러풀하게 현대화하고, 외국 명화를 패러디해서 보여준다. 티셔츠 가운데가 아닌 아래·옆구리 등에 프린트를 찍는 식(꼬망꽁쥬)의 기존 틀도 깬다.

젊은 작가들이니만큼 현실 비판적인 메시지가 자주 등장한다. 물질 만능주의로 생기는 승자와 패자(박혜민), 서커스처럼 불안정한 인생을 표현한다(달보라-아트피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머는 양념이다. 색을 일부러 촌스럽게 고르거나, 만화처럼 과장된 라인을 그리기도 한다. ‘나는 당신의 퍼퓸’(봄로야-아트피버), ‘사랑의 스파게티 냠냠냠’(밥장-아트피버)처럼 티셔츠에 제목을 붙이는 것이 그런 예다.

아트 티셔츠 멋지게 입으려면

더 이상 티셔츠의 짝이 청바지·운동화만은 아니다. 러플치마·재킷·쇼트팬츠와 입으면 여성스럽고, 세련되고, 발랄하기까지 하다. 디자인이 남다르고 프린트가 강렬한 아트 티셔츠라면 연출법은 더 다양해진다. 아트 티셔츠 자체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뱅글 같이 튀는 액세서리는 가급적 자제할 것. 티셔츠 하나로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을 이한욱 스타일리스트에게 들어봤다.

격식을 갖추려면 테일러드·턱시도 재킷같이 제대로 격식을 갖춘 옷과 짝짓는다. 단 하의는 데님 팬츠를 골라 정장의 딱딱한 느낌을 줄인다.

여성스럽게 보이려면 허리 라인이 위로 올라오면서 엉덩이 부분이 풍성한 볼륨 스커트와 함께 입는다. 치마 안에 티셔츠를 입고 와이드 벨트를 하면 잘록한 허리를 강조할 수 있다.

캐주얼한 차림엔 요즘 유행하는 밀리터리 재킷이나 가죽 라이더 재킷이 제격이다. 헐렁한 사이즈를 골라 스키니 바지나 레깅스와 맞추거나 쇼트팬츠를 입는다.

어리게 보이려면 하늘거리면서 퍼지는 풀스커트를 입어 전원풍 느낌을 살린다. 올해 뜨는 아이템인 데님 재킷을 고르면 소녀 같아 보인다. 이때는 흘러내리는 듯한 니삭스를 매치할 것.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