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본 BMW 뉴5시리즈는 직선이 아니라 물방울 형태를 띤다. [BMW코리아 제공]
이유는 대략 따져도 네 가지나 된다. 첫째, 팽팽하게 부풀린 곡면이어야 복원되기 때문이다. 편평한 철판은 주먹질 하나에도 움푹 들어가지만, 볼록한 철판은 팽팽하게 원상태로 돌아온다.
둘째는 직사광선의 반사 문제 때문이다. 만일 차체나 유리가 평평하다면 태양빛을 거울처럼 반사시켜서 마주 오는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을 유발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1950년대 미국에서는 자동차 전면에 볼록한 곡면유리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름도 태양광이 적게 반사된다는 의미로 ‘저반사 유리’였다.
셋째는 시각적인 만족이다. 차가운 평면보다는 ‘빵빵한’ 곡면이 야무져 보인다. 태양빛이 반사되었을 때 드라마틱한 하이라이트를 만들고, 푸른 하늘과 황토빛 땅을 적당히 반사시키며 아름다운 덩어리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공기역학적 요인도 있다. 자동차는 지면을 달리는 물체 중 가장 빠르다. 공기를 유연하게 가르며 달려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차를 위에서 보면 중반부가 통통하고 앞뒤가 좁은 물방울 형태인 것이다. 미끈한 스포츠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상자처럼 반듯한 ‘각 그랜저’도 위에서 보면 물방울 형태다.
자동차 속에는 이런 식의 ‘착시’가 곳곳에 숨어 있다. 더 온전한 자동차가 되기 위해서 ‘선의의 거짓’을 하는 것이다. 보닛이나 트렁크도 끝 부분이 약간 감겨 들어가도록 디자인한다. 그래야 철판이 들뜨지 않고 야무지게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철판과 철판이 끊겨 있는 ‘파팅라인’도 처음부터 끝까지 굵기가 균일한 것 같지만 이것도 ‘들쭉날쭉’이다. 각각의 파팅라인이 보이는 각도나 곡면의 굴곡, 맞닿는 소재 등에 따라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차량의 성격에 따라서 파팅라인 굵기를 전체적으로 달리할 때도 있다.
정진택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