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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그린윈드 대표 윤종국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영천시 대창면 어방리.대창면 소재지에서 동쪽으로 3㎞쯤 떨어진 이곳에 '그린윈드'라는 농장이 있다.

넓이는 2만여평.조그만 공장이 들어선 농장에는 배추 ·상추 ·고추가 자라고 복숭아·자두나무도 빼곡이 들어서 있다.

이 농장이 바로 "농사에 승부를 걸었다"는 윤종국(尹鍾國 ·30)씨의 일터다.

그린윈드 농장의 주 생산물은 쌀과 채소류.'녹색바람'이란 이름처럼 모두 친(親)환경농법으로 재배한 것이다.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여느 농산물과 별로 다르지 않고 농장에도 특이한 것은 없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尹씨가 단순한 농사꾼이 아니라 영농 벤처기업인 ㈜그린윈드의 대표라는 점이다.

농장에서 만난 尹씨는 갸름한 얼굴에 앳된 모습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행정고시나 취업을 마다하고 농촌으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대답."누군가 농촌을 지켜야 하고,농업도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란 걸 보여 주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尹씨는 지난 1월 친구 ·후배 5명과 함께 회사를 만들었다.

"공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군요.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농촌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곤 '내가 나서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尹씨는 "아버지도 이런 뜻을 아시곤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대학 4학년때부터 아버지(60)의 농장인 이곳 농장을 들락거리며 농사일을 익히기 시작했다.가뭄에 대비해 스프링클러도 설치했다.

1999년엔 농사법을 배우기 위해 경북대 농업개발대학원에 진학,대학원 동료인 '프로'농사꾼들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농사라곤 몰랐지만 농작물은 의외로 잘 자랐다. 문제는 판로.尹씨는 회원을 모으기로 했다.

쌀 포대를 들고 대구의 아파트단지를 누볐다.일주일간 아파트단지에서 홍보하고 무료로 나눠주는 '전략'을 썼다.

"아파트 주부들의 의심스런 눈길에 공짜로 주는 것조차 쉽지 않더군요.아파트 경비원까지 사기꾼 취급을 하며 훑어볼 때는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그의 공략 목표는 아파트부녀회와 각종 여성단체. 친지 ·친구 등 아는 사람들에겐 맨투맨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는 밥맛이 가장 좋다는 16%의 수분을 유지하도록 벼를 저온저장하다 회원들이 주문하면 즉시 빻아 배달한다.쌀로 밥을 해본 주부들이 단골이 되면서 배추 ·상추 ·녹즙용 채소 등도 함께 찾기 시작했다.

두달여 영업으로 그가 확보한 고객은 2백여명.1백50명 정도는 대구에,나머지는 서울 ·경기지역 사람들이다.수입은 월 5백만원 정도.

주문을 받은 쌀과 채소는 저온저장용 박스에 넣어 택배로 보내거나 직접 배달한다.재배 ·영업 ·배달을 직접 맡아 발로 뛰고 있다.

경북대 농업개발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공부할 때나 영업할 때는 학생이자 회사원이지만 농장에선 작업복 차림의 농군으로 변신한다.

그는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곧 뭔가를 보여 주겠다"며 자신만만해 했다.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과는 전혀 다른 '버섯쌀'의 개발에 성공해서다.버섯쌀로 일본시장을 공략한다는 야심 찬 전략이다.

尹씨는 버섯쌀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특허출원을 준비중이며,11일엔 벤처기업 지정을 위해 경북대 테크노파크의 심사도 받을 예정이다.

글= 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윤종국 대표 약력

▶1971년 대구 출생

▶90년 대구 경신고 졸

▶97년 그린윈드 농장 설립

▶98년 영남대 행정학과 졸

▶2001년 ㈜그린윈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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