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산을 얕보지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산으로 들로 떠나고 싶은 봄이다. 그러나 마음만 앞세웠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봄철 산행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의 목적과 상황에 따른 산행 준비와 짐 꾸리기 노하우를 산악인 이상은(38)씨와 함께 알아봤다.

따뜻한 햇살에 봄인 줄 알고 가벼운 차림으로 산에 갔다. 그런데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겨울 못지않다. 응달진 곳에 남아 있던 살얼음에 발목도 삐끗할 뻔한다. “3~4월 산행엔 복병이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테크니컬 테스트팀 매니저이자 산악 사진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여성 산악인이다.

“방수·방풍이 되는 고어텍스 재킷·배낭·등산화는 기본적인 것이라 초보자들도 잘 챙기죠. 봄 산행에서 자주 간과하는 것은 가벼운 차림입니다.” 이씨는 추우면 껴입고 더우면 벗는 ‘겹쳐입기(레이어링 시스템)’가 산행에 필수라고 말한다. 재킷은 물론 내의까지 기능성으로 챙기는 게 좋다. “기껏 비싼 재킷을 입고 안에 면내의를 입는 경우가 있어요. 땀에 젖은 면내의는 마르지 않고 산행 내내 축축하게 젖은 상태로 있죠. 기능성 재킷을 입으나마나입니다.”

이씨는 모자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손발이 시리면 모자를 쓰라고 조언합니다. 여름엔 자외선을 차단해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고 겨울엔 체온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죠.” 체온 조절의 30~5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머리다. 장갑과 목에 두르는 멀티 스카프도 요긴하다. “이런 소품은 옷을 한 겹 껴입는 효과를 주죠. 머리와 손·발 보온만 잘해도 체온이 유지돼요.”

봄에는 그늘진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기 때문에 스틱이나 아이젠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응달진 곳은 낙엽 밑에 살얼음이 숨어 있어요.” 스틱은 미끄러움을 방지한다. “특히 낙엽 밑에 얼음이 있을 때는 아이젠이 도움이 됩니다. 땅이 미끄러우면 발목에 무리가 가니까요.”

배낭 무게는 최소화한다. 필요한 짐만 넣되 자주 쓰지 않는 침낭이나 의류, 그리고 가벼운 물건들은 아래쪽에 둔다. 무거운 짐은 어깨에 가깝게 둬야 무게가 덜 느껴진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나 재빨리 꺼내야 하는 비옷은 위쪽이나 바깥쪽에 둔다.

<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
[사진제공·촬영제품=라푸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