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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딛고 선 기업들 <5> 리바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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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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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액은 378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22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0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1.56% 증가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에 주당 250원의 현금배당을 하려고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리바트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9일 경기도 용인 리바트 본사 3층 회의실. 경규한(62·사진) 사장이 실적 보고를 했다. 주주들의 박수 속에 배당안은 통과됐다. 주주의 대부분은 이 회사 임직원이다. 종업원 지주회사인 리바트 주식의 65%는 임직원이 갖고 있다. 주총이 끝나자마자 경 사장은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잠시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한 그의 표정은 밝았다.

“주총 분위기가 좋다”는 말에 “회사가 성과도 좋았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배당금도 챙기게 됐으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리바트는 직원들에게 최근 2년 연속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했다. 지난해는 월급의 2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줬다.

리바트는 1999년 6월 종업원 지주회사로 고려산업개발에서 독립했다. 그 전까지는 현대그룹 계열사(현대종합목재)였다. 자본금 470억원에 부채가 3200억원일 정도로 부실이 심했다. 98년 고려산업개발에 합병됐다.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3000명이던 직원을 정리했다. 이듬해 남은 300여 명의 직원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리바트로 새 출발했다. 월급의 20~30%를 깎고 시작하자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 독립 1년 만에 흑자를 낸 뒤 매출액과 이익은 안정적으로 커갔다.

종업원 지주회사로 출발한 곳은 많았지만 리바트처럼 자리 잡은 곳은 거의 유일하다고 경 사장은 설명했다.

“원동력은 사람이에요. 거래하는 건설업체에서 우리 직원을 보고는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일한다’고 말합니다. 현대 계열사일 때는 적자가 나도 월급은 다 줬죠. 하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반면 지금은 다 책임감을 갖고 일합니다.”

리바트 경규한 사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어간 원동력은 사람”이라며 “직원 모두 부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품질과 디자인·친환경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성룡 기자]

직원들의 책임감이 실적으로 이어진 것일까. 지난해 역대 최대 성과를 낸 것은 경 사장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주가가 떨어지고 소비재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줄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지난해 건설경기가 하락세였지만 주력 분야인 특판(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판매) 시장의 매출은 2000억원을 넘으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확보했다.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브랜드 전략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리바트는 ‘노세일’ 브랜드로 유명하다. 특판 시장에서도 할인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2004~2005년 당시 건설사가 납품가를 20~30% 낮추라고 요구하자 가구업체의 출혈경쟁이 시작됐다.

“그런 가격에는 차라리 팔지 말라고 했어요. 매출이 줄어도 건설사에 돈 주고 고객에게 서비스할 수 없으니 충전 기간을 갖자고 했습니다.”

영업팀은 난리가 났다. 돈이 안 되면 입찰을 포기하고 선별 수주했다. 대신 사무용 가구와 가정용 가구로 눈을 돌려 다각화하면서 매출을 유지했다. 1~2년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납품가를 내렸던 업체의 부도가 속출했다. 그렇게 망한 회사들이 끝내지 못한 일을 해달라는 건설사 요청도 들어왔다. 리바트의 품질을 인정한 회사들이 다시 돌아왔다.

“품질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 가치예요. 실수는 할 수 있죠. 하지만 도요타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정직하지 못한 실패는 고객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정찰제를 고수하다 보니 초기에는 대리점과도 입장 차가 컸다. “세일하지 말라는 건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도입한 게 ‘택배 시스템’이다. 보통 가구 대리점은 완제품을 창고에 가지고 있다가 고객에게 배달·설치해준다. 리바트는 이를 모두 본사가 맡았다. 창고 비용과 운반·설치 비용을 줄여준 것이다. 본사의 표준화된 서비스에 고객들도 만족했다.

그렇지만 품질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엔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제값을 받는 대신 고객에게 다른 것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경 사장은 매달 한번 열리는 디자인 회의에는 꼭 참석한다.

“사원들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사장이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죠.”

그는 10년 전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 30여 명의 디자인 관련 인력은 손대지 않았다. 지금도 리바트 내 디자인 관련 인력은 90여 명으로 전 직원(450여 명)의 20%다.

친환경 보드와 일반 보드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 리바트 환경기술연구소의 권정희 과장. [김성룡 기자]

그가 중시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친환경’이다. 그는 선진국에서 ‘새 가구 증후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발 빠르게 대응했다. 2004년부터 친환경 보드를 도입해 지금은 전 제품에 사용한다. 그 덕에 리바트 매장에선 코를 찌르는 약품 냄새가 없다.

경 사장은 어려움을 겪었기에 안정 속의 성장을 강조한다. 그래도 위기를 피하진 않는다.

“코너 질주 본능을 살려야 한다. 스케이팅 선수는 곡선 코스에서 상대를 압도한다. 지금이 그때다. 상대가 다 어렵다는 이때 앞서 나간다면 그가 승자다.” 지난해 2월 광주 전시장의 문을 열며 그가 한 말이다. 

글=하현옥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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