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창조적 파괴 없이 농업의 미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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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우리 사회에서 농업이 갈수록 피폐화되고 있다. 농업이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란 지적까지 들을 정도로 과거를 먹고사는 신세가 된 지 오래다. 쌀 시장 개방 이후 100조원이 넘는 돈을 농촌·농업 발전계획에 투입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스스로 ‘농자천하대본(農者天下大本)’이란 낡은 이념에 갇혀 자생력을 잃어버린 탓이다. 농업이 속수무책 시들어가는 현상은 도시에서 한 발짝만 나가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농업의 미래가 없으니 농촌이 비어가는 건 당연하다.

그제부터 농림수산식품부가 1박2일 동안 ‘농식품부 생존의 길: 창조적 파괴’라는 주제의 워크숍을 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농식품부가 망하는 5가지 길’이란 반성문이다. 워크숍에 참가한 농식품부 직원들은 “일회성 퍼주기식 보조금에 기대고,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정치·사회적 개념을 우선시하는 정책에 매달리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국내외 시장 여건의 변화를 거부하는 철밥통 문화, 현장과 괴리된 탁상행정도 망조(亡兆)”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 농업의 실패 원인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농업은 결코 도태돼선 안 될 핵심 산업이다. 세계 식량 파동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농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러나 과도한 보호 울타리 속에서 농업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농업이 시혜성 지원금에 기생하도록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농업도 변화해야 한다. 눈을 돌려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요즘 선진국들은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농업에 새로운 눈을 뜨고 있다. 농업은 생명공학의 뿌리이자 대체 에너지 산업의 근간으로 간주되고 있다. 또 앞다투어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을 융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우리 농업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창조적 파괴 없이 농업의 미래는 없다”는 게 농식품부 워크숍의 결론이다. 이런 각성이 농업 혁명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농업이 만성적인 위기를 벗어나는 길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