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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 폐암 걸릴 확률 30%, 비흡연자는 1%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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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호 15면

한평생 무소유를 실천했던 법정 스님이 폐암으로 입적하셨다. 어떻게 흡연도 안 하는 분이 폐암에 걸릴 수 있을까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폐암은 한국에서 매우 흔하고 중한 질환이다. 2007년 국내 남성의 폐암 발병률은 위암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암으로 인한 사망원인 중에서는 폐암이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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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폐암은 흡연이 주요 위험요인이다. 과도한 흡연을 하는 사람은 살면서 폐암에 걸릴 위험이 30% 정도다. 비흡연자가 평생 폐암에 걸릴 확률은 1%다. 그 결과 폐암 환자의 10% 정도는 비흡연자에게서 발생한다.

국내에서 비흡연자가 폐암에 걸리는 숫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간접흡연, 라돈가스나 석면, 대기오염 등의 환경적 요인, 가족력,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간접흡연은 비흡연자에게서 발생하는 폐암의 약 15~35%를 차지한다. 비흡연자 폐암의 약 5%는 대기오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돈이나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폐암이 발생할 수 있다. 라돈은 지하실같이 땅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오는 방사성 기체며, 석면은 단열재 등에 많이 사용되던 광물질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찰에 기거하는 스님에게 발병한 폐암과는 무관해 보인다.

혹자는 법정 스님이 아궁이에 나무를 땔 때 나오는 연기 때문에 폐암에 걸린 것이 아닐까 상상하기도 한다. 나무가 연소할 때 나오는 연기가 폐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인도에서 시행된 연구 결과를 보면 실내에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했을 때는 폐암에 걸릴 위험성이 증가했지만 나무를 땔 때는 그 위험이 증가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나무를 때는 것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비흡연자에게서 폐암이 발생하는 경우 중 일부는 폐결핵을 앓았던 자리에서 폐암이 발생하는 것 때문으로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결핵은 폐조직에 만성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영구적인 손상을 가져온다. 손상된 폐조직은 발암 물질에 대한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비정상적인 세포(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돼 왔다. 일부 병리 연구에서 폐결핵 병변 부위에 발생하는 폐암에 대한 증례도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서양의 연구에서는 폐결핵이 폐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와 그렇지 않다는 보고가 혼재돼 있다. 한편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폐결핵이 폐암 발생의 위험을 약 2.1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관찰됐다. 결국 폐결핵을 앓았던 사람이 나중에 폐암이 생길 가능성이 약간 증가하는 것 같으나 단언하기는 이르다.

비흡연자에게서 폐암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운동 부족이 관련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흡연자에게서는 운동량이 많을수록 폐암 발생이 감소하지만 비흡연자에게서는 운동의 폐암 예방 효과가 확실치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운동 부족도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을 설명하지 못한다.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을 설명할 수 있는 마지막 요인은 유전적인 요인이다. 폐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비흡연자라도 폐암이 발생할 확률이 7배까지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다른 요인들을 같이 고려하면 그 위험이 1.5배 증가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비흡연자에게서 폐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부분 확실치 않다. 그렇다면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이 폐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일·채소, 콩 같은 식물성 에스트로겐 등의 섭취가 폐암의 위험성을 줄인다는 보고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이들 음식을 자주 먹을 것을 권한다. 확실한 효과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과일이나 채소 등을 더 먹는다고 손해 볼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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